글쓰기 넘어 동화구연 등 확장… 그녀들의 행복한 글쓰기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서로 다른 계곡물이 흘러 개울을 이루고 그 개울이 다시 흘러 강을 이루듯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문학의 강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은 진천 '일곱 빛깔 수필문학회'(지도강사 김윤희). 주부들의 소소한 일상과 자연을 수필로 풀어내며 7년째 걸어오고 있는 이 문학회는 회원 7명 등단, 매년 작품집 출간이라는 성과와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는 인생의 동반자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문학을 중심으로 동화구연가, 그림책 지도사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지역활동가 배출의 산실로 지역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의 역할 속에서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길을 만들고 있는 그녀들의 글쓰기 수업을 들여다 봤다. / 편집자

 

친근한 수업방식이 낳은 성과들

'일곱 빛깔 수필문학회'는 2015년 충북문화재단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진천지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글쓰기 교실이어서 잘 운영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15명의 회원이 등록해 종강까지 30회 수업을 마쳤다.

이런 성과는 수필가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지도강사 김윤희 씨의 노력이 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모르는 회원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주지않기 위해 딱딱한 문학 이론보다는 좋은 수필을 함께 읽고 공감하며, 자신의 생활을 하나 하나 글로 풀어내는 수업 방식을 도입해 글에 대한 친근감을 높였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재 알기와 전국의 명소 탐방, 문학기행, 영화감상 등 다양한 현장체험을 통해 글쓰기의 전문지식과 시각을 넓혔다.

이렇게 한해 한해 성장을 거듭해 2018년 이미선 회원(2018년 한국수필로 등단)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등단자를 배출해 지금까지 김순옥(2018년 수필과 비평 등단), 이선(2018년 선수필 등단), 민성순(2019년 한국수필 등단), 노애자(2019년 한국수필 등단), 최희옥(2020년 한국수필 등단), 박옥희(2021년 한국수필 등단) 회원 등 모두 7명을 배출했다. 또 검정고시 도전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고 이를 발판으로 방송통신대와 일반 대학에 진학한 회원들도 많다.

특히 올해는 이미선 씨가 첫 개인 수필집 '출구'(출판사 선우미디어)를 발간했다. '일곱빛깔 수필 문학회'가 인생의 길잡이라고 말하는 이 씨는 "가슴을 열고 각기 다른 동료들의 삶이 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 큰 위안을 얻는다"며 "글쓰기는 평범한 두 엄마로, 주부로, 이웃으로 살아가던 나의 또다른 성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도 뛰어넘은 문학열정

'일곱 빛깔 수필문학회'는 매년 '일곱 빛깔 수필이 흐르는 강'을 제목으로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한해의 수업을 마무리하는 자작 수필 낭독회를 갖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조명희문학관에서 열린 7번째 종강식에서는 민성순, 박금복, 박윤경, 이규창, 이선, 이선옥, 이춘자, 임종희, 전종선, 최순정, 최희옥 회원이 '삼박자의 봄맞이', '코로나19 의료진', '금파와 쪽파', '신랑엄마의 덕담' 등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며 일년간 함께 한 추억을 공유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회원 20여명의 수필 40여편이 실려 있으며,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과 계절의 변화, 문학회에서 진행한 현장답사기 등 다양한 글이 담겨져 있다. 다문화 주부인 황티쿡 씨가 쓴 수필 '다문화'와 수박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행복과 보람을 그린 '수박향기'도 눈길을 끈다.

2018년, 2019년에는 한국어와 자국어(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다문화 주부들의 글을 담은 '내 마음의 둥지'를 발간해 고국의 부모와 친구들에게 한국의 생활을 전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김윤희 지도교사의 노력 한몫

김윤희 지도강사는 글쓰기를 디딤돌 삼아 회원들에게 지역활동가로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김윤희 지도강사
김윤희 지도강사

이를 위해 2018년에는 문학교실 종강 후 휴식기인 1, 2월 서울에서 전문 동화구연가를 초빙해 집중수업을 실시, 회원 15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진천군립도서관에서 실시하는 그림책 지도사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7~8명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북혁신도시 도서관과 유치원, 각 학교에서 동화구연가로 활동하게 하는 등 회원들이 노년까지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 강사의 이러한 노력은 진천군 백곡면 상송마을에서 태어나 서울경찰청에서 정보과 정보기록원으로 근무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초등학교 선배인 남편과 결혼 후 줄곧 진천에서 살아온 진천 토박이의 삶에서 나온다.

특히 김 강사는 1992년 주부클럽 등 진천군 여성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진천군여성의용소방대장, 진천군자원봉사센터장, 진천군의원(2010~2014년)으로 활동하며 지역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진천에 대한 애정을 실천하기 위해 인생의 천직이 된 수필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곱 빛깔 수필문학회, 생거진천혁신도시도서관 알콩달콩 수필카페, 생거진천 역사인물 강의 등 주민 교육에 힘쓰고 있다.

김 강사는 "7년간 일곱 빛깔 수필문학회를 이끌어 오면서 회원들의 자기 개발은 물론 변화되고 있는 회원들의 활기찬 생활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글쓰기를 중심으로 인생의 동반자가 된 우리 회원들 각자가 인생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꿈을 활짝 펼 수 있도록 그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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