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경제의 성장 기반 가운데 빠질 수 없는 분야가 금융이다. 지역내 기업 등의 자금 유출·입 창구이기도 하지만 금융경제 그 자체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댜. 그런 지역금융의 핵심인 지방은행이 충청권에는 없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 충북은행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맥이 끊겼다. 이후 2010년대 초반 대전에서 부활을 꾀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런 흑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추진 협약을 맺고 활동에 나섰다.

추진 이력이 말해주듯이 지방은행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제기됐다. 지금 지자체들이 앞장서고 있지만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만큼 힘든 길이라는 얘기다. 자본 출자와 운영방안 등 기본적인 것들도 녹록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변혁의 폭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들도 변신에 몸부림치고,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설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지방은행의 존립이 가능하다. 출발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충청권 지방은행은 있어야 한다. 경제공동체 메가시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터라 더더욱 필요하다. 지역금융 구심점이라는 점만으로도 그 역할이 요구된다. 더구나 다른 광역권과 달리 지역연고 은행이 없어서 겪었던 불이익을 이제는 털어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소득 역외유출은 물론 기업대출 특히 소상공인 등 서민금융의 문턱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 우리지역만의 특성을 감안한 상품 개발 등 금융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밀착형 활동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금융시장 양극화에 대응할 수도 있다.

지방은행의 여러 역할 중에서도 소득 역외유출 개선은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소득 역외유출 비율 전국 1·2위가 충남·북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규모면에서도 충남이 1위, 충북이 4위를 차지했다. 지역에서 얻어진 소득의 상당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 지역내 경제활동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만 줄여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광역권의 경제활동을 보면 이같은 문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금의 외부유입이 아닌 내부순환만으로도 경제활동에 탄력을 줄 수 있게 된다.

충청권 지방은행은 공동연구 용역을 통해 먼저 당위성을 갖춘 뒤 2023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언뜻 시간이 있어 보이지만 주위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따질 게 적지않은 충북도는 신중한 입장이다. 과거의 실패 전력도 한몫한다. 이런 까닭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지역밀착과 선진금융이란 결합하기 까다로운 목표들을 어떻게 하나로 엮을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으로서 힘들지만 꼭 가야 할 길인 것만큼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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