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사망하며 입증방법 모호해져 불인정 혐의 다수… 피의자 징역 20년

경기도의 한 수목장에 마련된 A양의 묘. A양은 이곳에 친부와 함께 묻혔다. /신동빈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의붓딸은 자신의 유서에 "친부의 옆에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의붓딸과 그의 친구에게 몹쓸짓을해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몬 '청주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인 50대 계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 10일 청주지법 형사11부(이진용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의붓딸 친구 B양에 대한 범죄)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의붓딸에 대한 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20년(강간등치상 15년·강제추행 등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난 2021년 1월 17일 B양에게 술을 먹인 후 수차례 강간했다고 판단했다.

B양 생존 당시 경찰 등에 진술했던 피해내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우 일관되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도 부합해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가 유죄인정의 근거가 됐다.

의붓딸에 대한 강간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A씨가 의붓딸에게도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이러한 주장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보고, 강제추행의 점만 유죄라고 했다.

의붓딸은 5~6세(2013년 무렵)부터 A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추행의 강도는 매우 강했다. 그로부터 7년 후,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에게 유사성행위 범죄를 저지른다. "지금도 아버지가 화장실을 가면 무서워요." 의붓딸이 경찰조사 당시 진술했던 내용의 일부다.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강제추행 혐의를 보면 5~6세부터 시작된 성범죄는 여중생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후 성폭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붓딸 친구에게도 성폭행을 한 A씨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의붓딸은 가해자인 A씨와 한집에 살며 경찰수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과도 접촉했다. 의붓딸의 진술은 A씨에게 유리하게 번복됐다. 의붓딸은 죽음을 앞두고 쓴 유서에서도 자신에게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계부 A씨를 감쌌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A씨의 범행을 그루밍 및 가스라이팅 성범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없어졌다.

이러한 정황들은 A씨의 의붓딸에 대한 강간 혐의를 무죄로 만들었다.

사건 초기부터 재판까지 생업을 내려놓고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B양의 아버지는 "우리 딸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족이, 그리고 우리사회 유죄의 증거를 찾아줬지만 의붓딸은 고립된 환경에서 홀로 고민했다"며 "제도적 한계로 2차 가해만 당하다 죽은 의붓딸에게 이제라도 사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이들이 죽고 사건이 이슈화 됐을 때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지금도 진정성 있게 논의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 딸 같은, 의붓딸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제발 시스템을 정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은 A씨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의붓딸과 B양이 지난 5월 12일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던 A씨는 피해자들이 숨진 후에야 구속됐고, 6개월여의 재판 끝에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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