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조길형 충주시장이 지난달 말 시청 탄금홀에서 시민 수백 명을 초청한 가운데 충주 10년의 미래비전에 대한 시민브리핑을 개최했다. 조 시장은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은 채 직접 소통에 나섰다. 그는 최근 지역 대학에서 특강에 나서고 지역의 소모임에도 얼굴을 비치는 등 주민들과 자주 만나며 소통행보를 늘려나가고 있다.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조 시장의 소통 부족을 자주 지적하고 있다. 그의 소통이 선택적이거나 일방적인 소통이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소통은 나를 이해하는 사람과의 편한 대화가 아니라 관점이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오해와 갈등을 불식시키는 과정이다.

최근 충주는 각종 이슈가 불거져 어수선한 분위기다. 충주라이트월드 상인들은 시의 시설물 강제철거 방침에 반발해 열흘 가까이 전기와 물 공급마저 끊긴 상가 맨바닥에서 추위와 싸우면서 버티고 있다. 이들은 "라이트월드 사태가 불거진 뒤 여러차례 조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2년이 넘도록 단 한차례도 만나주지 않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는 상인들의 시장실 점거에 대비해 시장실이 위치한 시청사 3층을 계속 걸어 잠근 채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충북선 고속철사업 목행구간 선형 개선 문제는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 간 민·민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만약 시의 방침에 반발하는 측의 논리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시장이 직접 만나 시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순리다. 만남 자체를 거부하다 보니 항의시위를 하고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최근 수소융복합충전소 문제로 시청을 항의 방문해 시장 면담을 요청하다 불발된 한 민원인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 시장은 그의 상가에 조문조차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시장으로서는 화난 유족들에게 머리털을 쥐어뜯기고 욕지거리를 듣는 일이 있더라도 조문을 하는게 도리다. 불편한 현장을 방문하고 원치않는 주민들도 만나야 하는 게 선출직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편한 일을 원했다면 선출직을 선택하지 않았어야 한다. 시정을 이끌어가는 조 시장의 입장에서 쟁점 사안은 자신이 직접 나서 이해 당사자를 만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 시장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1천500여 명의 공무원들은 거대한 전문가 집단이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조직에서 그에게 지적하고 쓴소리를 하는 공무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가장 곁에 있는 구성원들의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과 조언이 그에게는 가장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직 내에서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조 시장의 몫이다. 조 시장은 자신의 소통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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