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안 쓰고 덜 쓰면서 차곡차곡 적립하다 보면, 언젠가 건물 멋지게 짓고 쌈박하게 사업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했다.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도 아니고, 내 집 장만을 위한 적금 프로젝트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주구장창 적립만 하고 있는 충북도 환경보전기금에 관한 이야기다. 15년째 유보시켜 놓은 충북도의 환경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부는 해마다 환경 징수금 일부를 광역지자체에 교부해 왔다. 환경 징수금은 환경개선부담금, 배출부과금, 생태계보전협력금을 말한다. 그 당시 충북도에 교부되는 금액은 연간 20억~30억원 규모, 현재는 40억~5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충북도는 교부금을 활용해 시·군 지자체가 요청한 환경사업의 일부를 지원해 왔다. 그러던 중 일각의 인사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미래지향적 의견을 제시했다. 매년 소액으로 쪼개서 지출하기 보다는 기금을 조성해 제대로 된 환경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10년이면 300억원, 뭐라도 해 볼 만 한 금액이다. 이 제안은 도정에 반영됐고 실행에 옮겨졌다.

2006년 5월 '충청북도 환경보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가 제정됐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환경징수 교부금은 대부분 환경보전기금으로 적립됐다. 2016년 말 기금 규모는 310억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충북도는 기금을 집행하지 않고 조례 개정을 통해 존속연한을 5년 연장했다. 2021년 현재 400억원이 넘는 기금이 축적됐다. 기금은 난공불낙의 요새처럼 굳건히 지켜졌다. 간혹 환경단체들이 충북지역 생태플랫폼 구축사업, 주민참여 하천관리활동 등 기금활용 사업을 제안했지만 허물어지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환경보전종합계획 등 충북도 본예산 편성에서 밀려난 다양한 연구용역사업비들은 오히려 기금으로 대체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매년 30억~50억원 상당의 환경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고 유보한 결과, 이제는 좀 더 그럴싸한 환경서비스 제공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400억원 상당의 물적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시의적절하게 '그럴싸한 활용방안'을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2016년에도 2021년에도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 조차 굳건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충북도 환경정책위원회에서는 기금활용방안에 관한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논의는 중단됐다. 5년 후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환경산림국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연한 자리에서 우회적인 답변을 들었다. 환경부에서 기금운영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는데, '징수 목적 외 사용불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기금 존속기한만 또 다시 5년 연장됐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보전기금 활용에 관한 논의 방향은 명료하다. 기금운용을 전담할 재단을 설립하거나 환경센터 등 도민서비스시설을 건립해도 된다. 당면한 시급한 환경사업을 추진해도 되고 필요하면 집행을 유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이다. 적어도 환경단체나 환경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세상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으로 법석이다. 지금이야 말로 비상시국이다. 없어도 만들어서 써야 할 상황이다. 조례를 바꿔가며 두 번을 연장하고 적립만 하고 있으니, 대체 환경보전기금을 언제 어떻게 활용을 하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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