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통한 먹이·중성화 지원… 갈등 해소 열쇠"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있는 길고양이 쉼터에서 고양이 2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네 고양이 기숙사'라고 적힌 내부 안내표지에 따르면 이곳에는 고양이 12마리가 생활을 하고 있으며, 모든 개체가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내부는 CCTV를 통해 24시간 녹화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있는 길고양이 쉼터에서 고양이 2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네 고양이 기숙사'라고 적힌 내부 안내표지에 따르면 이곳에는 고양이 12마리가 생활을 하고 있으며, 모든 개체가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내부는 CCTV를 통해 24시간 녹화하고 있다.

[김보성·임지수·김새봄 기자] 최근 뉴스 사회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캣맘(Cat Mom)'과 주민들 간에 생기는 충돌이다. 캣맘은 길고양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본인이 키우는 동물처럼 보살피는 사람들을 말한다.

'동물의 생명권이냐', '생활의 기본권이냐'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평행선상을 달릴 수밖에 없다.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재의 상황, 직접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충북 청주시민들을 대상으로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길고양이에 대해 53.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다수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체수가 조절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64%(매우 그렇다 : 33.8% / 그렇다 : 29.2%)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캣맘에 대한 인식은 긍정(40%)과 부정(41%)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부정적 시각이 자리 잡은 이유로는 '이기적인 행태'(66.2%), '음식과 물 급여 후 치우지 않음'(58.5%), '캣맘과 일반 시민들 간의 소통 부재'(40%)가 지적됐다. 다수의 사람들이 캣맘 활동으로 인해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피해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더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 문제의 심각성과 캣맘 활동으로 인한 악영향의 실태를 지자체 담당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도시환경을 담당하는 청주시 서원구청 소속 환경공무직 공무원 A씨는 캣맘들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논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공무원 A씨는 "직접적으로 도시 미관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은 캣맘들이 고양이 사료나 물을 준다고 해서 배출된 쓰레기가 훼손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는다. 다만 시민들이 생활쓰레기에 음식물을 혼입·배출하다보니 냄새 때문에 고양이가 음식물을 파헤치는 것 같습니다. 청소 업무 처리로서 배출자의 올바른 배출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청주에서 캣맘 활동과 쉼터 운영을 하고 있는 단체 대표의 생각은 무엇일까.

냥이사랑 대표 B씨는 캣맘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소수의 사람들로부터의 부정적인 시선과 혐오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캣맘 활동을 하는) 제가 '왜 싫으세요?'라고 물어봐도 이유가 없이 그냥 싫다고만 하십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밥을 주고 싶어도 죄 짓는 느낌이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봐 숨거나 눈치 보게 됩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캣맘들의 일부 부적절한 행동이 부정적인 시각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밥주고 물 주는 사람이 캣맘이 아닙니다. 캣맘의 역할은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고, 또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 자리에서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밥과 물을 줘야하고, 주민들과 협력해야 하며, 중성화까지도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을 때, 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못한다면, 저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몇가지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꼬집었다

먼저 차 밑에 밥을 주는 것부터 봉지밥, 주택가 배변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밥 자리도 따로 없고, 차 밑이 안락하니까 그곳에 밥을 주거든요. 근데 고양이가 엔진 룸에 들어가서 사고가 날 경우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엔진이 완전 망가지게 되요. 고양이 중에는 차 위에 올라가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런 경우 차주 입장에서는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해서 부정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길고양이와 캣맘 이슈에서 중요한 주제인 TNR(Trap Neuter Return·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해 중성화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과 먹이 급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자체의 TNR 시행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줄어드는 예산과 중성화 법 개정, 포획 업체와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따끔히 지적했다. TNR은 개체수 조절에 도움이 됨은 물론 생명권 존중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저도 처음에는 중성화를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근데 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한 마리가 새끼를 너무 자주 낳는 것을 보았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면서 어미묘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는데, 수컷 고양이가 오면 임신을 하게 되니까요. 사실 4~5마리 새끼를 낳으면 1~2마리만 살아남습니다. 길 위에서 새끼가 살아남기가 어려운 환경이니까요. 중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신과 출산을 계속할 것이고, 수많은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악순환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이 급여만 이뤄질 경우 개체수 조절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캣맘들이 자신들이 급여하는 고양이들의 중성화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원채 평균 수명이 짧은데다 중성화가 병행이 된다면 우려하는 만큼 개체수 조절에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캣맘과 길고양이의 '공존'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외치는 동물권 보호단체도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카라'는 동물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연구하고 제안하며, 행동으로서 위기에 처한 동물을 도와 동물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하는 단체다.

카라의 김정아 활동가는 "캣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고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저 갈등을 부각시키는 언론 기사 내용에 동화돼 캣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거나, 이유 없는 고양이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캣맘에게 투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보성
김보성

그는 TNR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TNR사업은 단순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점이 아닌 고양이 개체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데 있다"며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고정된 장소에 먹이를 급여해야 길고양이 포획이 원활해진다. TNR은 고양이 제자리 방사가 원칙이기 때문에 TNR과 동시에 고양이 급식소까지 운영하면 길고양이 관련 민원도 줄어들게 된다. 발정기 때의 소음이 사라지고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임지수
임지수

TNR제도와 급식소 제도의 동시 실현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중성화 사업에 대한 안내문 설치 및 캠페인 활동이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해결책이라고도 했다.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대체적으로 캣맘의 존재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개체수를 늘리는 먹이 급여 반대 ▷부적절한 행동 지적 ▷이기적인 행태 지적 등이 주를 이뤘다.

반대로 찬성하는 이들은 ▷생명권 존중을 위해 먹이 급여 필요 ▷중성화 효과가 있음 ▷주민과의 갈등에서 길고양이들이 어려움 겪음 등을 캣맘의 존재 이유로 들었다.

김새봄
김새봄

이를 종합해보면 먹이 급여는 인정하지만 개체수 조절을 어렵게 하는 일부 캣맘을 통제하기 위해 케어테이커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 또 개인적인 캣맘 활동을 통제하고, 급식소를 중심으로 캣맘을 배정해 활동하게 하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캣맘을 통제할 수 있다.

아울러 지자체 지원을 통해 먹이와 중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주민과의 갈등과 마찰을 줄이기 위한 주민 간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며,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목표지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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