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벌써 세밑이다. 마치 가는 해를 아쉬워하듯 첫눈이라고 하기엔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동네 꼬마들이 나와서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느라 왁자지껄했다. 창밖을 구경하다가 문득 눈을 밟아 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혹여나 미끄러져 넘어질세라 등산화를 갖춰 신고 장갑도 끼고서 말이다.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걷는 발자국 소리가 제법 좋았다.

길거리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가게들이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가끔씩 눈에 띄었고 캐럴도 울려 퍼지는 게 연말 분위기가 새삼 느껴졌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땡그랑 땡그랑'하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구세군 자선냄비였다.

지하철역 광장에 빨간 옷을 입은 구세군이 자선냄비를 지키고 있었다. 연말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 한참을 지켜봤다. 그런데 30분이나 지나도록 자선냄비를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잔뜩 움츠려든 모습으로 곁눈질만 할뿐 제 갈길 가기 바쁜 모습들이었다. 묵묵히 종을 울리고 있는 구세군이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필자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뿔싸, 현금이 없다. 아니 지갑 자체가 없었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스마트폰을 이용한 카드결제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면서 지갑을 안 들고 다닌 지 오래 되었다. 이런 모습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무슨 무슨 페이가 넘쳐나는 요즘에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고 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방식도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코드를 찍는다거나 간편 송금 등과 같은 디지털 방식으로 말이다. 모금방식이 다르다고 '이웃사랑 실천의 마음'인들 다를까?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만 원짜리 몇 장을 외투 안주머니에 고이 집어넣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