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밀레니엄타워에 위치한 충북도장애인회관 전경. /정세환
 충북도장애인회관 전경 /중부매일DB

특정인들을 위한 건물이라면 대상자들의 이용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각종 이익단체 등에서 짓는 자체 건물들도 이런 점을 먼저 생각하는데 하물며 장애인 등 그 대상의 특성이 분명하다면 더더욱 그래야만 할 것이다. 이달 초 청주에 지어진 충북장애인회관 얘기다. 관련 단체들이 다른 기관의 건물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많은 불편과 어려움이 있어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건물을 마련한 것이다. 입주할 관련 단체만 15개에 이른다. 1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번듯하게 지어졌다.

여기까지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건물이 다 지어졌는데도 관련 단체에서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입주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일부는 지금에 와서 입주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들을 위한 자신들의 건물이 지어져 둥지 틀 일만 남았는데 이 모든 게 허사가 된 것이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공약사업인 만큼 장애인들의 숙원이었을 터인데 도리어 외면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유는 사무실 공간이 협소하고 장애인들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사정이 무시됐다는 얘기다.

장애인단체들의 말을 들어보면 입주를 왜 꺼리는지 이해가 간다. 공간에 여유가 없어 지정된 사무실외에 다목적실이나 회의실을 여러 단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는데 반영이 안됐다. 공간의 용도를 묶어버리는 바람에 기존 사업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이들이 전하는 화장실 상황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장애인들의 특성상 비품보관 공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요구도 묵살됐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 준공 전에 이런 얘기들을 듣고 참고했어야 하는데도 이런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이같은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입주해 사용할 이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착공 전 한차례 간담회외에는 소통의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전해진 건의사항들도 묵살됐으니 아예 귀를 닫고 공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건물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누가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를 건너뛰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해당부서에 있다. 건물공사가 끝나고 입주를 꺼리자 그때서야 상황 파악에 나섰으니 문제가 터질 수 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을 두고 '탁상행정'이라고 한다. 책상에 앉아 서류만 갖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요즘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한 환경에서는 일 자체가 아예 탁상을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눈으로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들을 것은 들어야 한다. 언제나 현장 상황과 목소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일을 하다보면 할 일을 놓치고 잘못할 수도 있지만 소통은 늘 열려있어야 한다. 어느 경우라도 불통만 없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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