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장을 아이들 큰 꿈 터전으로… 운동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우리나라 인라인롤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그는 체육계에 한획을 그으며 20여년간 '여제'로 불렸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우효숙 주임을 만나 변화된 삶과 지난날의 회고, 앞으로 각오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청주빙상장이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나 필드를 달릴 것 같던 세계 여자 인라인롤러 '여제' 우효숙 선수가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가 아닌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체육사업부 체육시설팀 우효숙 주임으로 불린다.

지난 2000년대 우리나라에는 인라인롤러 열풍이 불었다.

'여제' 우효숙과 '얼짱' 궉채이의 라이벌이 구도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어느 순간 인라인롤러에서 궉채이 이름을 들을 수 없고 인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우효숙은 20여 년간 정상에서 우리나라 인라인롤러를 이끌어 왔다.

우효숙은 지난 2003년 첫 태극마크를 단 17세에 우리나라 롤러 최초로 세계선수권 시니어 금메달을 획득하며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우효숙은 세계선수권 2008년 3관왕, 2009년 2관왕, 2011년 4관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인라인롤러 '여제'로 군림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우효숙은 이제 선수가 아닌 사무직원으로 청주실내빙상장에서 강사 관리, 대관, 일반서무 및 물품관리 업무에 매수표 지원 업무까지 맡고 있다.

"청주시청  플레잉코치로 있다가 1년 6개월 전 입사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점심 식사 후 다시 운동을 하는 반복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이제 오전 9시 출근해 업무를 보다가 오후 6시 퇴근하는 평범한 사무직 직원으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입사 초기 운동만 하던 우효숙에게 사무업무는 적응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이에 대한 로망도 있었기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운동할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사무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운동을 하면서 정점에 있을 때 지도자보다는 체육 행정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체육회 지원을 하고 몇 번 실패한 후 우연치 않게 공단 공고를 보게 됐다. 마침 빙상장 자격증도 있고 빙상은 올림픽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던 종목이라 지원하게 됐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세계대회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우효숙은 롤러 선수로서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뤘다.

롤러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효숙에게는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세계대회에 출전하고 아시안게임도 있고 해서 열심히 운동했다. 특히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 정말 온 힘을 다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운동을 할 때 세계대회, 아시안게임 등 항상 목표를 두고 있었는데 목표가 없어진 것이다. 세계대회를 정점에 두기에는 왠지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었고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올림픽에 한번 나가고 싶다, 어떤 느낌인지 도전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우효숙은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 과감하게 종목을 바꿨다.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2012년 말 빙상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변신했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1년여 간의 훈련 끝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1천500m에서 4위를, 3천m에서는 아쉽게도 라인 구분 콘을 건드려 실격 처리됐다.

실격이 아니었다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불과 1년여 간 훈련에 좋은 성적이지만 끝내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청주시청 소속 인라인롤러 선수로 동계동목 출전이 쉽지 않을 상황에서 다행히 시청에서 허락해 주셨다. 1년 정도 준비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했지만 탈락했다. 그런데 미련도 없고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1년 동안 뒷바라지 해 준 사람도 많았고 저도 정말 열심히 해서 그런지 정말 아쉽지 않았다."

우효숙은 2013년 말 청주시청으로 복귀한 후 2015년 안동시청에 입단, 초·중·고부터 실업팀까지 운동해 왔던 청주를 잠시 떠나게 됐다.

3년간의 안동시청에서 선수를 끝낸 우효숙은 다시 청주시청 플레잉코치로 부임한 후 청주시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하며 1년6개월 전 은퇴했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은 자신을 '꼴찌 선수'였다고 평가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인라인롤러를 시작한 후 출전 대회마다 줄곧 '꼴지'였다.

중학교 3학년 출전한 소년체전에서 처음 1등을 해 봤다.

"처음부터 재능은 없었다. 그러나 꾸준하게 노력했다. 정말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히 다른 기회도 오게 된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효숙은 롤러 후배들을 보면 안쓰럽고 대견하다.

또 후배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우효숙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주임 /김명년

"후배들을 보면 대견하다. 저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만 했다. 그러나 지금 후배들은 롤러가 비인기종목에 올림픽 종목도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꿋꿋하게 운동을 하다보면 언제가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자신이 아니더라도 후배들이, 그 후배에 후배들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의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잡아가다보면 꿈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직장인 우효숙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체육 행정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정말 운동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지금도 운동, 체육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저는 올림픽이란 종목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 빙상장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꿈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여전부터 체육행정을 해 보고 싶었던 것도 운동을 하는 어린 선수들이 정말 운동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어린 선수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아이들이 이러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우효숙은 매주 수요일이면 시간을 쪼개 재능기부로 빙상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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