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4분의 기적' AED, 생존율 3배 높인다

학생들이 생활공간인 기숙사에 설치돼 있는 AED의 모습.
학생들이 생활공간인 기숙사에 설치돼 있는 AED의 모습.

[곽혜주·윤재일·권정환·이가연 기자] 교통사고와 심정지 중에 어떤 것이 더 사망률이 높을까? 충북 청주지역의 한 대학생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경찰청에서 밝힌 교통사고 사망자는 3천81명, 소방청·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급성심정지 사망자는 2만9천72명으로 급성 심정지 환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심정지 환자가 늘어났고, 생존률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는 곧 AED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과 연관된다.

중앙응급의료센터(E-GEN)에 따르면 충북 청주지역에 비치된 AED는 상당구 178개, 서원구 124개, 청원구 135개 흥덕구 139개로 총 576개다. 비슷한 인구 수를 가진 주변 도시인 경기도 화성시는 462개, 경기도 부천시는 349개가 비치돼 있으며, 수치를 비교해 봤을 때 높은 수치에 속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대처법의 시작인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청주지역 대학생 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심폐소생술과 AED를 교육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93.1%, 80.5%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응급상황에 AED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1.7%에 그쳤다. AED의 설치 여부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 또한 6.9%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를 보며 실질적으로 심정지 환자의 골든 타임인 4분 안에 심폐소생술과 AED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 2항(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의 구비 등의 의무)에 따라 자동심장충격기 의무설치기관으로 명시된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공항 및 항공기, 철도차량 중 객차,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5천석 이상의 운동장 등 중에서 가장 실생활에서 접근하기 쉬운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선택해 직접 조사를 해봤다.

AED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완벽하게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해 위치는 AED가 비치돼 있는 곳을 기준으로 가장 끝단지 가장 끝 호수를 기준으로 했다.

응급상황을 가정해 대학생 기자단이 AED가 설치된 지점까지 골든타임 내에 왕복이 가능한지를 직접 발로 뛰어봤다. QR코드를 인식하면 촬영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응급상황을 가정해 대학생 기자단이 AED가 설치된 지점까지 골든타임 내에 왕복이 가능한지를 직접 발로 뛰어봤다. QR코드를 인식하면 촬영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곽혜주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을 포함한 아파트 자체를 왕복하는 시간을 1분 12초X2 를 한 2분 24초를 기준으로 나머지 약 1분 30초 가량에 ADE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성인 남성도 1분 30초 안에 겨우 들어오는 양상을 보였으며, 성인 여성은 2분 내지 3분 사이의 시간이 걸리며, 가정했던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로 볼 때 아무리 AED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위치까지 숙지했을 지라도 골든 타임 내에 살리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계속 해줘야 하기에 둘이 있거나 혼자서 있는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AED를 사용할 수 없다.

윤재일

청주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주택가 즉, 원룸촌 공동 주택가 등과 기숙사, 아파트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AED 설치 기준을 들여다보면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AED 의무설치기관으로 법적으로 AED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500세대 미만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주변 원룸촌 및 빌라 등은 AED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즉, 의무설치 장소가 아닌 곳은 위급 상황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렇듯 실생활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권정환
권정환

'실제로 응급상황, 심정지 환자가 발생시 왜 AED를 사용하지 않겠냐?'라고 질문했을 때 '잘못 사용해서 환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두려워서'가 35.6%로 가장 높았고, '설치장소나 사용방법을 몰라서'도 비교적 높은 수치인 6.9%를 보였다.

AED를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설치 위치나 방법을 몰라서도 9.1%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스스로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가연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소장은 "모든 위기는 '객관적 위험'과 '주관적 위험'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보다 심정지가 덜 위험하다 생각한다. 그 이유는 피할 수 없는 차 사고에 비해서 자신이 건강관리를 하면 심정지로부터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심정지는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교통사고보다 더 위험하다. 사람들에게 비행기 추락사고와 철도사고 중 무엇이 더 위험하냐고 물어보면 비행기 사고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철도 사고가 더 많다. 이런 맥락으로 교통사고와 심정지를 보면 심정지의 발생이 더 많지만 교통사고가 더 위험하다 판단한다. 즉, 객관적 수치와 주관적 인식은 차이가 있기에 심정지의 객관적인 위험성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전문가들이 바라본 AED 활용 현황은


함정민 청주흥덕보건소 심폐소생술 상설교육장 교육담당자는 AED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교육 중에 '오늘 교육장에 오시면서 혹시 자동심장충격기 보신 분 있으세요?'라고 여쭤보면 대부분 당황하시면서 '내가 주변에 관심이 없었구나'하고 느끼신다. 교육 마치고 가시는 길에 '아까 배운 것이 저거구나.', '자동심장충격기가 여기 있었구나'라고 적용하며 좀 더 심정지와 응급처치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AED 활용과 관련해서는 "교육 중간에 시민분들께 AED를 사용할 것인지 여쭤보면 사용하겠다고 하시는 분은 정말 극소수다. AED 사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 현재 응급처치자를 보호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존재한다. 이 법의 존재와 응급처치를 숙지하는 것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할 것 같다. 응급처치는 일회성보다는 지속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건희 청주서부소방서 구급대원은 응급상황 때 AED 활용 빈도에 대해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는 많이 보았으나 AED를 사용한 경우는 2~3번 정도로 빈도수는 10% 미만이다"고 말했다.

부족한 AED 설치에 관해서는 "AED는 배터리가 있어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예산의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전부 제외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설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대원은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4분이 지났을 때 뇌손상이 발생한다. 초반 대처에 따라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이 3배 이상 상승해 초기 목격자의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먼저 119에 신고한 뒤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라"고 당부했다.

김상철 충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올바른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AED)는 심정지 후 심장의 전기적 기능이 남아있는 상태의 심실 부정맥일 때 사용할 수 있다. 심정지 환자의 성공적인 생존은 환자 발생시 119신고 - 고품질의 심폐소생술 - 필요시 자동심장충격기의 사용 - 전문소생술 제공 - 생존 후 처치과정이 사슬처럼 진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생존률이 낮아지거나 소생 이후에 의식회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들의 생존을 위해 어떠한 조치가 이루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 일반인들의 지속적인 교육이수와 관심, 전문구급대원 양성, 구급신고와 소생술 제공을 위한 정보통신의 향상, 응급환자의 이송, 지역 내 심정지 환자 소생에 전문화된 의료기관 운영, 심정지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87명을 대상으로 AED(자동심장충격기) 관련 인식조사를 목적으로 2021년 10월 23일부터 2021년 11월 17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