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얼마 전 개 19마리를 입양하여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기업 직원인 이 남성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푸들 16마리 등 개 19마리를 입양해 학대하고 죽인 뒤 유기·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들을 물속에 넣어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로 화상을 입히고 흉기로 때리는 등의 충격적인 고문을 행했다. 숨진 개들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두개골·하악 골절, 신체 곳곳의 화상 등 다양한 학대 흔적이 나타났다.

동물 학대는 작년 한 해에만 신고건수가 1천건에 육박하는 등 최근 10년간 급증했지만 관련 범죄에 대한 송치율이나 기소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 살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동물 학대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관련 법 규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단체에서는 수사기관의 안이한 태도와 법원의 낮은 양형기준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동물 학대 범죄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지는 상관관계 때문이다. 1997년 미국 보스턴 노이스트 대학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5~96년까지 21년간 동물학대범 26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45%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방수사국(FBI)에서는 동물학대 범죄를 주요 범죄로 분류해 범죄자 신상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에게서 동물 학대 전력이 발견됐고, '어금니 아빠' 이영학 또한 기르던 개 6마리를 망치로 살해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잔혹한 동물 살해가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동물 학대 행위자 정보를 범죄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범죄자에 대한 정보수집, 분석, 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지난해 기준 604만 가구로 전체의 30%를 육박했으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학대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물건'에 준하는 재물손괴 법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동물권 보호는 결국 인권보호와 맞물려 있다는 넓은 시각으로 관련법을 세분화·체계화하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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