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 후 마음 다잡아… 지선 출마 정치공학보다 내면에 집중"

새해를 앞두고 단행한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된 박찬우 전 국회의원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정치공학적 판단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박찬우 전 국회의원은 이명박 정부 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안전행정부 제1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고향인 천안으로 돌아와 2016년 5월 30일 새누리당 소속으로 천안갑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사전선거운동(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300만원 벌금을 선고받고 벌금형은 2018년 2월 13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지역과 중앙정부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했던 그에게 가장 뼈아픈 건 피선거권 박탈이었다. 지역에서는 '아까운 인물'이라는 평가로 그를 회자하고 있다.

대통령 특별사면 발표가 있을 때마다 천안지역에서는 박찬우 전 의원의 복권이 관심사였고 마침내 지난 24일 사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에서는 즉각 그의 천안시장 출마에 관심이 모아졌다. 정작 본인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겠다'며 달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부매일은 박찬우 전 의원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박찬우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큰 충격파였다고 회고한다.

특히 법리다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빠진 3페이지짜리 판결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입법부와 사법부 관계에서 국민의 대표직을 박탈하는 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원이 조목조목 이 부분은 어떻게 판단했고 이 부분은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납득이 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작성했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3페이지 판결문은 사법부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떠나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벌금형이 확정된 후 박 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천안시민들에게 가장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또 함께 의정활동을 하던 동료의원들을 뉴스에서 조차 보기가 어려워 근 6개월간은 외부활동이나 TV 시청을 하지 않았다.

그 뒤로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신앙으로 마음을 다스리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에야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박 전 의원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계기는 대학교 강의였다.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 신분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 강의를 하면서 박 전의원은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평한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행정과 국정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박 전 의원이 야인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천안의 정치 지형도 많이 바뀌었다.

총선, 지선을 거듭하면서 천안지역 보수의 힘이 많이 약해졌음이 증명됐다. 보수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인건 박상돈 천안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는 점이다. 또 신범철, 이정만, 이창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2018년 2월 이후 정치 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박 전 의원 스스로 그동안의 공백을 뚫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미래를 위해 정치활동을 좀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런데 피선거권만 박탈된 게 아니라 정치활동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었다. 현실 정치와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신범철, 이정만, 이창수 위원장 등 새로운 인물이 떠오르는 것도 내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들의 활동에 난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

그의 뜻과 상관없이 시간은 다시 그를 정치인 박찬우로 올려놨다. 다가올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크게는 충남도지사 후보군으로 복권이 된 그를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과거 소청심사위원장에서 안행부 1차관으로의 가게 됐던 일화로 대답을 대신했다.

"3년 임기의 소청심사위원장이지만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임기를 명분으로 자리를 지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직서를 써서 안 주머니에 넣고 출근 전에 교회에 나가 기도를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기도의 내용이 아직은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직서를 가슴에 품은 직장인이 할 기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유정복 장관이 날 안행부 1차관으로 부르더라. 기도가 통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4년이 남은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뜻이 있고 소명이 남아 있다면 어떤 부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정치공학으로 판단하지 않고 기도하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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