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잘 사는 법 매달린 38년, 복지가 결과라면 경제는 과정"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8세에 9급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와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1급 관리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 궁금했다. 그저 가정형편이 어려워 먹고 살기 위해 별다른 목표 없이 공직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그를 인터뷰하면서 깡그리 무너졌다. 이에 맹경재(58)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만나 인생스토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40년 가까이 봉직하면서 늘 목표가 있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던 고교 시절부터 목표는 확실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그 출발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성공을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항상 '국민'을 향했다.

새해 1월 1일 취임하는 맹경재(58·1급 관리관) 신임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의 인생 스토리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출신으로 덕평·무극초, 무극중, 청주농고,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청주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석사)를 나왔다.

지난 1983년 9월 1일 공직에 들어와 2021년 12월 31일까지, 38년 4개월 동안 공무원으로 지냈다.

9급으로 입직해 무려 8번이나 승진한 신화다. 그런 그가 '인생 2막'의 출발점에 서 있다. 충북도의회 사무처장에서 명예퇴직한 그가 다시 경제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 충북도 경제 사령탑으로 불렸던 그였기에 두려움은 없다.

그의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은 '복지'와 '경제'로 점철돼 있다. 공무원을 꿈꾸던 빡빡머리 시절에는 '국민이 잘 사는 방법'에 매달렸다. 그 길을 터질 수 있는 게 복지라고 여겼다. 1983년 9월, 첫 근무지가 경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특수교육학과가 있는 대학이 대구대와 국제대, 단국대 3곳 뿐이 없었다.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야간을 갈 요량으로 경북도에서 공무험 시험을 치렀고, 경북 선산군청(1995년 1월 행정구역 개편 때 구미시로 통합)을 첫 근무지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대학 진학의 꿈이 좌절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당시 부면장이 대학 진학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증평군청으로 오게 된거죠. 사회복지팀에서 어려운 분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 끊임없이 고민하던 시절입니다."

사무관(5급)으로 승진하고나니 리더십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경험과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중앙부처를 두드렸다. 충북을 바로알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충북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앙부처로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현장에 늘 답이 있다는 명제를 믿고 무작정 부딪혔다.

"보건복지부 인사팀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교류를 하고 싶다고요. 인사팀에서 특기가 뭐냐고 물어서 노인학을 공부했다고하니 노인정책업무담당을 맡겼어요. 부서 내의 유기적인 관계, 국회 및 예산 업무 등 참 일이 많더라고요. 복지부 근무를 마치고는 행정안전부로 이동했어요. 역시 인사팀을 찾아가 이뤄냈죠. 행안부에서도 일만 죽도록 했습니다."

뜻밖에도 중앙부처 근무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왔다. 복지에서 경제 분야로 넘어오는 계기가 된 것이다. 2010년 10월, 정기인사도 아닌 시기에 맹 청장은 외자유치팀장을 맡았다.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외투단지와 첨복단지의 중복지정으로 전혀 이뤄지지 않던 외국인 투자 유치 및 R&D(연구개발) 국비 확보를 해결하라는 것과 항공정비산업(MRO)을 충북에서 꽃 피울 수 있도록 풀어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면 다시 복지 분야로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소방수'로 투입돼 우여곡절 끝에 숙제를 말끔히 해결했는데, 되레 투자 유치와 MRO 성공이 발목을 잡았다.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죠. 고생했다고 해서 복지 분야로 당연히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외자유치팀장, MRO팀장, 투자정책팀장을 거쳐 투자유치과장, 경제통상국장 등 충북의 경제를 줄곧 맡게 됐어요."(웃음)

복지에서 경제로 옮겨보니 '도민이 잘 사는 법'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복지가 결과라면 경제는 과정이었다.

"저는 도민이 잘 사는 게 복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복지는 결과더라고요. 잘 살기 위해서는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걸 모르고 복지만 본거예요. 오판을 한 거죠. 잘 사는 게 복지가 아닙니다. 돈을 끌어들이고 그 이후 복지 차원의 배분을 고민하는거죠. 도민이 잘 사는 건 경제죠."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명년

경제는 결국 일자리 창출이라는 게 맹 청장의 경제철학이다.

"일자리는 국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듭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을 육성시켜주는 게 결국 일자리죠. 기업을 잘 할 수 있게 육성하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을 지원하고, 이 세가지 부분만 잘 가져가면 충북은 걱정없습니다."

맹 청장은 '예스 맨(Yes Man)'이다. 예스만이 살길이라는 게 그의 좌우명이다. 예스 마인드로 업무를 추진해 끝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이렇게 탄생한 게 기적 같은 충북의 대기업 유치 실적이다.

CJ 제일제당이 위치한 케이푸드밸리 산업단지 모습
CJ 제일제당이 위치한 케이푸드밸리 산업단지 모습

SK하이닉스 청주 낸드플래시 신규 공장(M15) 가동을 비롯해 한화큐셀코리아(태양광 셀 및 모듈 제조) 및 CJ제일제당 진천공장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 이전 등이 맹 청장이 충북 경제 사령탑으로 재직하면서 일궈낸 성과다. 1천121개사, 63조4천867억원, 12만3천10명 고용 창출이 총 투자유치 실적이다.

이런 굵직한 투자 유치 실적의 비결은 유연한 사고방식에서 나왔다. 단순히 제조업에서만 국한해 투자 유치를 시도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는 결과물이다.

맹 청장은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관광) 업종에 눈을 돌렸다. 투자 유치 목표를 모든 실·국으로도 확대했다. 이 같은 인식변환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게 증평 에듀팜특구와 국립소방병원이다.

충북 최초의 관광단지이자 중부권 최대 레저휴양지인 증평 에듀팜 특구 '블랙스톤 벨포레'는 국토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성이 좋으며 변화하는 관광트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레포츠시설을 갖추고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충북 최초의 관광단지이자 중부권 최대 레저휴양지인 증평 에듀팜 특구

투자 유치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확립된 배경이다. 이 때부터 충북도의 투자 유치는 경제 관련 부서에서만 추진하지 않고 모든 부서에서 챙기는 업무가 됐다.

"2013년에 투자 유치 목표를 5조원으로 잡아라는 지시가 내려와요. 처음에는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왜 투자 유치를 제조업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비스 및 관광 업종으로 투자 유치 대상으로 확대하고 결국 5조원을 달성했죠. 10조원으로 다시 올렸을 때는 투자 유치 목표를 각 부서로 배분했어요. 충북도 모든 부서가 투자 유치에 매달리는 시스템이 구축됐죠."

맹 청장의 투자 유치 극성 때문에 충북은 '약속이 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기업에서는 충북은 기업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충북이 대기업에서 선호하는 투자 유치 지역이 된 이유다.

"공직자들은 도민들이 잘 살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후배 공무원들, 공직에 들어오려고 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린다면 저는 하루도 도민들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성실하게 앞만 보면서 열심히 살면 도민들에게, 후배님들한테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투자 유치를 잘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진실되게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성실하게 임하면 반드시 달성되더라'. 목표 달성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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