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건국대학교 재단이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충주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약속하며 충주에서 의과대학을 인가받은 건대는 이후 의전원을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운영하면서 충주병원에 대한 지원을 거의 중단했다. 이 때문에 충주병원은 의료시설 확충은 물론, 의료진마저 부족해 지역민들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건대 충주병원은 급기야 경영난을 이유로 내년 1월 31일부터 특수건강검진을 중단하고 내년 2월 28일부터 보건관리대행사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충주지역 근로자들은 특수검진 등을 위해 청주와 제천, 원주 등 인근의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건대 충주병원에 대한 충주시민들의 배신감은 실망을 넘어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건대 충주병원이 특수건강검진과 보건관리대행 업무를 폐쇄한다면 충주시민의 엄청난 저항과 마주쳐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결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충북도 등에 보냈다. 보건의료노조 건대 충주병원지부는 충주병원 정상화를 요구하며 3년째 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들의 건강을 가장 우선으로 책임져야 할 충주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시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노조 측은 "시의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시장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있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가 건대 의전원 충주 환원을 주장하면서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도 시는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당시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민상기 건대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를 찾아가 의전원 충주 환원을 약속했다. 그러자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길형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건국대 재단에 충주병원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냈는지는 듣지 못했다.

충주시는 건대 충주병원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입장이 아니다.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돼 있는 사안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충주시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 방관자적 입장을 보여서는 안된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건대가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아킬레스건인 법률 개정과 의대 정원 반납이라도 주장해야 한다. 시는 말로만 인구 늘리기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인구 유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주여건인 의료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하다 못해 옥천이 지역구인 충북도의회 박형용 의원까지 도의회에서 건대 충주병원의 특수건강진단 업무 재개를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이 사안을 대하는 충주시의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 누구보다 사태의 중심에 선 건국대 재단은 더이상 충주시민들을 우롱하지말고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 약속 이행에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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