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위 호랑이라고요? 말 안들으면 잡아먹지, 어흥~"

김신회 서원중 교장 /김명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호랑이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서운 선생님, 그렇지만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선생님이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됐던 '호랑이 선생님'을 지금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라떼는 말이야~'하는 중년층에서는 국내 최초의 학교 중심 교육 현장 드라마로 많은 아역 스타를 배출한 드라마로 기억할 것이다. 여기 TV 속 호랑이 선생님이 아닌 현실판 호랑이 선생님이 있어 찾아가봤다. 1962년 검은 호랑이해에 태어난 김신회 서원중학교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교장을 만나 그의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 편집자


김신회 교장은 자신을 '숫자과'라고 하며 이과 출신임을 소개했다.

오창에서 태어나 오창중학교 3학년 시절 과학 교과를 맡은 담임 교사가 성실한 학생들에게 선물했던 문제집을 받았던 김 교장.

담임 교사가 과학 담당이기도 했고 선물 받은 문제집으로 열심히 공부한 김 교장은 충북고에 진학해 과학(화학) 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했단다.

충북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김 교장은 1988년 단양 어상천면에 위치한 단산고에 첫 부임하게 됐다.

부임하자마자 학생부를 맡게 된 그는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등교시간이 지나 지각하는 학생들은 학교 뒷산으로 도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김 교장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김 교장은 최전방 철책선을 지켰던 GOP 출신으로 도망가는 학생들보다 먼저 치고 올라가 지각생 검거율(?) 100%를 자랑했다.

이후 2~3달 지나니 학생들이 도망을 가지 않고 지각생도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됐다.

김 교장의 기억으로는 당시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대추나무 방망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당시에는 학생부를 맡았기도 했고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호랑이 선생님이었던거죠."

당시만해도 학생 가정 방문을 하던 시절,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학교를 다녔던 전학생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차로 집까지 데려다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제자하고는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아무래도 그때 그 기억이 오래 남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원중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이곳, 서원중에서 근무하며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학생부장을 맡았었다.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당이 모이면 시끌시끌, 수군수군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김 교장이 학생부장 시절 교단에 올라가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절제된 손짓으로 순식간에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김신회 서원중 교장. 관리자가 된 후에는 호랑이 탈을 벗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교장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 이지효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김신회 서원중 교장. 관리자가 된 후에는 호랑이 탈을 벗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교장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 이지효

김 교장은 "당시 3명의 교장 선생님을 모셨었는데 제가 학교를 옮길 때쯤 되니 애들 훈육하는 비법을 남겨놓고 가라고 했었다"며 "그런데 그게 어디 글로 설명이 돼야 말이지"라며 웃어 보였다.

이후 서원중에서 서현중으로 발령이 났는데 이미 김 교장의 소문이 나서 그런지 학생들이 먼저 "선생님, 학생주임이셨죠? 소문 다 났어요"라며 알아서 면학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학생주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과학지도도 탁월해 과학전람회, 발명품, 탐구올림픽 등에 출전해 여러번의 성과를 냈다.

김신회 서원중 교장 /김명년 

특히 1997년 추석에 일어난 개기월식때 망원경을 가지고 상당산성 너머 인적 드문 곳에서 밤새도록 사진 촬영을 해 학습자료로 쓰면서 과학전람회에 출전해 과학기술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1일자로 보은 보덕중에 첫 교장 발령을 받은 그는 학생들 등교시간에 교문에 나가 허리 숙여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쑥스럽고 적응이 안됐지만 시간이 지나 먼저 인사하며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교사 때는 호랑이였지만 관리자가 되면서 완전 탈바꿈 했습니다. 호랑이 탈을 벗고 완전 순한 양이 됐어요."

매일 등교시에 인사를 건네며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김 교장 덕분에 꿈이 없던 아이들도 하나씩 꿈을 키우고 먼저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보덕중 3학년 학생들이 김신회 교장에세 선물한 롤링 페이퍼.
보덕중 3학년 학생들이 김신회 교장에세 선물한 롤링 페이퍼.


보덕중을 떠날 시절 3학년 학생들이 롤링 페이퍼에 '꿈을 물어봐 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꿈에 대한 생각이 굳어졌다' 등의 내용을 적어 선물하기도 했다.

서원중으로는 2019년 부임한 김 교장은 늘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줄 아는 것이죠."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교장실 문을 열어 놓는다는 그는 학생들과 늘 소통하며 학생들이 필요로 한 것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

학생회장단과 함께 토의를 거쳐 건의사항도 받아들이고 되면 된다, 안되면 안되는 이유도 친절히 설명해 학생들을 설득시키고 있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받은 '왕 카네이션'을 책상 앞에 두고 언제든 학생들을 반기고 있다.

"저는 늘 사랑으로 인사하고 소통하며 학생들이 '내가 대접 받고 사랑 받는 사람이구나'를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베풀줄도 아니까요."

김신회 서원중 교장이 학생들에게 받은 왕 카네이션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이지효
김신회 서원중 교장이 학생들에게 받은 왕 카네이션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이지효

그는 학교에서 늘 1순위는 학생이라고 강조하며 교장은 학생들을 서포트 하는 가장 막내로서 늘 등교시간에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 있는 곳은 같지만 교사 때와 관리자가 되고 난 후 목적과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위대한 인물에게는 목표가 있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소망이 있다'는 워싱턴 어빙의 말을 새기고 생활하는 김 교장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신조로 한번 세운 계획은 끝까지 이루는 편이며 학생들을 똑같은 잣대로 대하는 김 교장은 오늘도 등교길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랑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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