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정치행사 가운데 으뜸이랄 수 있는 지방선거가 다섯달도 안남았다. 날짜 상으로는 꽤 시간이 있는 듯 하지만 3월 대통령 선거가 있어 실제 선거를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 지역별로 선거 급에 따라 제각각인 후보자들을 살펴보기에도 빠듯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데 광역단체장부터 기초 의원까지 선출대상도 너무 많아 헷갈리기 십상이다. 이런 판에 선거구역조차 불확실하다면 제대로 된 판단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법정시한을 넘긴 선거구 획정 얘기다.

선거구 조정 등 선거법 개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중이다. 매번 시한을 넘겼던 터라 이제라도 일을 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판이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논의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전국적으로 인구편차기준에 못미치는 광역의원 선거구의 정원을 줄이는 선에서 마무리될 듯 싶다. 충청권에서만 4곳이 각 1명씩 줄어들게 됐다. 이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이후 헌재 판결 등에 따라 편차를 줄이기 위한 정원감축이 있어왔다. 이번에도 그 일을 반복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과정이 기계적으로 이뤄질 뿐 그 잣대나 근간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갈수록 인구편차가 커지는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에 대한 고려 따위도 없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계속 될터인데 지켜만 보고 있다. 편차가 기준을 넘기게 되면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해당 선거구의 정원을 줄일 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발언권이 약해진 농어촌 지역은 발언 기회마저 줄어든다. 하긴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에서도 농어촌의 불이익이 커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니 지방의원도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거구 획정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 획정 기준에는 인구수와 더불어 행정조직도 포함된다. 그러나 정원이 줄어드는 곳은 언제나처럼 인구수를 내세우고 유지되는 곳은 행정조직을 강조한다. 그야말로 이어령비어령이다. 잣대의 대상이 잘못된 것도 모자라 잣대의 눈금이 내맘대로다. 형평성을 무기로 한 인구편차기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헌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어차피 지금의 헌법으로는 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작은 듯한 이런 일들부터 불균형을 막아야 한다.

지방의원 정수만 볼때 시·도별 총량제가 필요하다. 비슷한 인구인데도 충남과 전남, 대전과 광주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해 이를 분배하도록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력의 도시 편중은 지금으로서도 과한 만큼 농어촌에 양보해야 한다. 균형은 넘치는 곳을 덜어내 부족한 곳을 채우는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이 이를 근간으로 하듯 정치력의 균형도 이로써 맞추면 된다. 매번 문제가 되는 지방의원 정수, 이제 땜질식 조정은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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