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소한(小寒)이다. 일 년 24절기 중 23번째 절기이지만, 새 해가 밝으면서 맞는 첫 번째 절기이다. 연말연시에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니 마음도 추워지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 새 해의 소한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나 시국이 좀처럼 가시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도 산업사회의 풍요를 구가(謳歌)할 때 예기치 않게 닥쳐온 '코로나 19'라는 세계적인 재앙이 2년이 지나도록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심신의 고통을 주고 있어, 너나 할 것 없이 한겨울을 맞은 듯 새 해의 분위기가 고요하기까지 하다.

새 해를 차분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새로운 일 년을 신중하게 설계하는 것은 좋겠지만, 소한에 춥다고 몸까지 움츠릴 필요는 없다.

'소한추위는 꿔다가도 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인지 '정초한파(正初寒波)'라는 말도 생겨났다. 정초에 드는 소한에는 춥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요즘 시대에는 난방 걱정이 크게 없지만, 옛날에는 그 얼마나 추웠을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칠 때 느끼는 것만큼이나 추웠을 날씨가 매년 소한 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소한 드는 절기가 되면 그 전부터 겨울을 지낼 곡식을 저장하고 구들이라고 하는 온돌 난방장치를 만들어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적은 양의 땔감으로 현명하게 추위를 이겼다.

아궁이와 가까운 아랫목은 가족 중 가장 어린 아이나 고령의 어른을 모시고, 윗목에는 숯불 담은 화로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고구마나, 옥수수를 구워 먹으면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었다.

지금은 먹거리가 풍부해서 잘 먹지 않지만, '겨울 무는 산삼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하여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많아 건강에 좋은 보양식재료인 무청말린 시래기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사정이 좋으면 꽁치나 청어로 과메기로 만들어 먹거나, 명태를 겨울철 찬바람에 반 건조 시킨 코다리로 찜이나 조림, 강정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지혜가 있었다.

함박눈 내리는 긴 겨울밤 할아버지가 아꼈다가 꺼내주는 언 곶감이나, 군불에 구운 고구마 껍질을 벗겨주던 할머니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 또 대를 이어 자녀를 소중하게 길렀다.

추위에 움츠리지 않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 가지 겨울 놀이도 하였다. 눈싸움은 말할 것도 없고, 팽이치기, 자치기, 딱총놀이, 제기차기, 눈썰매타기, 땅 빼앗기 놀이, 말타기, 바람개비 돌리기, 비석치기, 닭싸움놀이, 목마타기, 사방치기 등등 무수히 많은 놀이를 소한에도 즐겼다.

이를 통해 보면, 일 년 중 가장 추운 소한 절기에 몸과 마음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추워야 소한이다', '소한 추위가 풍년들게 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겨울 별미인 동치미 한 그릇도 이웃과 나누면서 지냈다.

'소한(小寒) 얼음이 대한(大寒)에 녹는다'고 하여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가졌다. 추울수록 어린아이들과 나이 많은 어른들을 따뜻한 곳에 보호하는 공동체 미덕도 지녔다.

지혜로운 선조들은 소한이 오기 전에 엄동설한을 미리 미리 대비하였다.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제 아무리 엄중한 코로나 시국이 지속된다고 해도 임인년 새 해는 힘차게 밝았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꿈이 있다. 소망도 있고, 새로 해야 할 기쁘고 즐거운 일도 많다. 도우면서 살아야 할 이웃도 있다.

새 해는 검은 호랑이 해이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기백을 상징하는 영험(靈驗)한 동물이니, 새 해에는 반드시 코로나가 조기 종식되고, 풍요로운 문화 향기 속에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새롭게 발전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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