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임인년(壬寅年)이다. '壬'은 검은색으로 육십갑자의 39번째, '寅'은 호랑이로 십이지의 셋째다. 호랑이 중 가장 용맹하다는 '검은 고양이의 해'다. 고양잇과에 속하는 육식동물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다. 천적이 없어 맹수의 왕이다.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사자성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다. 절체절명에 처한 여우는 꾀를 냈다. "잠깐 기다리게나. 이번에 천제(天帝)로부터 짐승의 왕에 임명되었네. 내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하거든 나를 따라와 봐. 나를 보면 어떤 놈이라도 두려워서 달아날 테니." 호랑이는 반신반의하며 그 뒤를 따라갔다. 과연 만나는 짐승마다 달아났다. 호랑이는 여우를 놓아주었고, 여우는 무사히 위기서 벗어났다.(戰國策)

사실 짐승들의 도주는 여우가 아닌 호랑이 때문이다. 여우는 호랑이가 맹수의 왕여서 짐승들이 호랑이를 보면 달아난다는 것을 알고 꾀를 냈던 거다. '호가호위'라는 사자성어가 탄생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다. 남의 세력을 빌려 위세를 부리다'는 뜻이다. 우화적으로 호랑이가 짐승의 왕임을 증명하는 얘기지 않는가? 그렇다면 정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없을까?

먼 옛날 어느 날 밤 호랑이가 마을에 내려왔다. 어느 집 아이가 울어 가 보았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아가, 호랑이가 왔다. 울지 말아라."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맹수의 왕인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니!" 호랑이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 "곶감 줄 테니. 울지 말아라."라는 엄마의 말 때문이었다. "아, 나보다 무서운 게 곶감이라는 놈이구나. 어물쩍거리다 곶감에 당하면 안 되지. 빨리 달아나자."

호랑이가 줄행랑을 놓으려는 순간 누군가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는 곶감인 줄 알고 산속으로 달렸다. 소도둑이 들어와 호랑이가 소인 줄 알고 호랑이 등에 탔던 거다. 날이 밝자 도둑은 호랑이인 줄 알고 얼른 뛰어내려 고목 속에 숨었다. 호랑이는 곶감이 등에서 내리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民譚-호랑이와 곶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또 있다. 세금(稅金)이다. 세금 때문에 집안 남자들을 모두 잃고 자신도 죽음에 직면한 사연이 있다. 중국 노나라 때 일이다. 공자가 노나라 군주인 소공(昭公)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소공이 제나라로 쫓겨나게 돼 공자도 소공을 따라 가던 중 태산 깊은 산속에서 여인을 만났다.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어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에 사연을 물어보도록 했다.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 가족이 태산으로 피했는데 시아버님이 몇 년 전 호랑이에게 당했습니다. 그 뒤 남편도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고 며칠 전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자로가 "이런 지경인데 왜 마을로 내려가지 않습니까?" 물었다. "마을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이 있어 못갑니다." 여인의 대답이었다. 공자는 이 같은 화를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로다"라며 탄식했다. '가혹한 정치(세금)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뜻이다,(禮記)

세금. 나라를 유지하고 구성원 생활과 구성체 발전을 위해 백성이 소득 일부를 나라에 내는 돈이다. 납세는 6대 국민의무에 속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일종의 정언명령이다. 세금은 법률로써 강제성을 띤 의무지만,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일 거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누가 세금을 만들고, 납세율을 결정하는가? 백성이 권력을 위임해준 정치인이다. 세금이 정치와 맥을 잇는 이유다. 요즘 세금 때문에 아우성친다. 가렴주구(苛斂誅求)의 형국이다. 종부세, 다가구주택 양도세 중과,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등록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특히 그렇다. '마구 거둬 마구 퍼주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다. 올해는 호랑이가 명실공히 맹수의 왕을 탈환해 호랑이의 자존심을 살리고, 호환(虎患)을 당한 여인이 마을로 돌아오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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