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가까운 시일 내 누구나 학교, 공원, 상점, 영화관, 관광지 등에서 자유롭게 대화 나누며 거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길 가다 우연히 황금빛 나팔 속 보물 주머니라도 발견하면, 잠시 서서 꿀벌들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귀 기울이며 한 눈 팔아볼 만도 하다. 그땐, 호박꽃과 주변 식물들이 옆에서 능글맞게 웃고 있지 않을까.

2년여가 다되도록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없는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일과 경제적인 활동조차 적잖은 지장을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학교 울타리 부근에는 특별한 녹색지대가 펼쳐진다.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탁 트인 시야, 청초한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목장이 그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부처꽃, 뒷걸음질하면 연꽃, 여유롭게 보면 알로에, 무심하게 보면 대파단지다.

한여름 복도 창문을 여는 날엔 바람에 실려 오는 코끝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건, 무슨 냄새지?" 킁킁거리며 학생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어떤 향기보다 어떤 힐링 보다 근사하다는 걸 그들도 아는 것이다.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도심지에 파밭이라니?' 햇살 쏟아지는 파밭이 도심 개발을 좀 천천히 하자고 졸라대는 마지막 풍경 같다. 5월부터 7, 8월 사이 대파는 여러 개의 씨방을 만들며 흑색 종자를 낳는다. 잎, 줄기, 뿌리는 베타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B1, 알리신, 식이섬유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뇌세포 발달을 도우며 매운맛, 쓴맛, 단맛을 지닌다. 별, 달, 구름, 소나기, 태양을 거친 대파 속은 철저히 비운 탓에 몸값이 고공행진 한다.

이 세상 말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마스크 벗고, "파~아"하며 웃는 날을 떠올려 본다. 전염병을 대파할 수 있을까. 새해에도 학교 공원 가꾸기, 녹색지대를 향한 마음 한 평 늘리는 여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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