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좋아 사람이 좋아"… 두 다리로 '착한 발걸음'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 단체사진. 2018월 1월 6일 첫 모임을 시작한뒤 매주 세종시 구석구석을 걸어 4년만인 2022년 1월 15일 200회가 된다. / 두발로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 단체사진. 2018월 1월 6일 첫 모임을 시작한뒤 매주 세종시 구석구석을 걸어 4년만인 2022년 1월 15일 200회가 된다. / 두발로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걷기열풍 속에서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걸음 수 만큼 기부를 하는 이들이 있다. 걸으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주위 이웃까지 챙기는 셈이다. '착한 발걸음'을 실천하고 있는 세종시 걷기동호회 '두발로' 얘기다. 새해 의미있는 희망을 키워가는 '두발로' 회원들을 만나봤다. / 편집자


걷기동호회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는 매주 걷고, 세종시 안에서만 걷고, 걸음 수 만큼 기부하고, 걸으면서 만난 멋진 풍경들을 SNS에 홍보하는 점이 특징이다. 2018년 1월 6일 첫 모임을 결성한지 꼭 4주년을 맞았다. 누적 2천㎞를 함께 걸었고 오는 15일이면 200회 모임이 된다.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제공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걸어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두발로는 스스로를 '세종시에 있는 천변길, 마을길, 강변길, 숲길, 등산로 등 모든 길을 걸어다니면서 온몸으로 세종을 느끼는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1㎞당 100원씩 모아 이웃돕기성금으로

1㎞당 100원씩, 1천 걸음당 100원. '두발로' 회원들은 지난해 1년간 걷기앱을 이용해 걸음 수만큼 이웃돕기성금을 모아 연말에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50만원을 기부했다. 총 31명이 참여했다. 그야말로 땀이 배어있는 돈이다.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돕기성금 150만원을 전달한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1㎞당 100원, 1천 걸음당 100원씩 1년간 모은 돈이다./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돕기성금 150만원을 전달한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1㎞당 100원, 1천 걸음당 100원씩 1년간 모은 돈이다./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두발로는 지난해 처음으로 기부를 실천했지만 올해에도, 앞으로도 계속 걸은만큼 기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미디어스쿨 교육생들로 시작

시작은 2017년 세종시 미디어스쿨(약칭 '세미스') 교육생들이 페이스북교육을 수료한뒤 결성한 소모임이었다.

2018년 1월 6일 두발로 첫 걷기모임을 시작했고 매주 토요일 아침에 만나 2~3시간씩 10~30㎞씩 세종시 구석구석을 걸었다. 2018년 50회 누적 496㎞, 2019년 53회 483㎞, 2020년 42회 398㎞, 2021년 52회 533㎞을 걸었고 참여인원도 2018년 누적 546명, 2019년 681명, 2020년 522명, 2021년 960명 등 누적 3천명에 달한다.

창립멤버인 전규미(53·여·어린이집 원장·명예의전당 1호) 회원은 "서울에서 살다가 2014년 세종시로 이사왔는데 길도 모르고 아는 이도 없는 세종에서 세미스를 통해 '두발로'를 만나게 됐고 두발로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종시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발로 회원들은 사진에 관심이 많다보니 걸으면서 만난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려 지역사회 홍보까지 한몫하고 있다.

정상영 대장이 '두발로' 활동중 찍은 사진 '행복이 들어오는 명당, 세종'이 제7회 행복도시 세종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른 회원들도 사진공모전에서 다수 수상했다.
정상영 대장이 '두발로' 활동중 찍은 사진 '행복이 들어오는 명당, 세종'이 제7회 행복도시 세종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른 회원들도 사진공모전에서 다수 수상했다.

 

건강·행복 되찾고 걷기예찬

허혜진(52·여) 회원은 암을 앓았는데 매주 걷기를 통해 지난해 완치판정을 받았다. 창립멤버인 허씨는 올해 1천㎞ 걷기 목표를 세웠다. 허씨는 "걷는 것을 정말 싫어했는데 첫날 완주한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걷기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윤순(57·여) 회원은 하루에 1만보씩 걷는다. 명예의전당 3호인 그녀는 최단기간에 1천㎞ 걷기를 달성했다. 학원강사를 그만두고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와 적응이 필요했던 그녀는 세종에서 가장 잘한 일로 두발로 가입을 꼽았다. 이씨는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며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걸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개인 누적 1천㎞ 이상 걷기, 100회 이상 참석 회원에게 '명예의전당'을 수여하는데 정상영 대장을 제외하고 5명이 가입돼있다.

정상영(49·빙그레 천안지점장) 대장은 마흔살에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혼자였다. 정 대장은 "마흔 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에 새롭게 나를 돌아보자는 뜻에서 혼자 걷기를 시작했는데 걷다 보니 길이 좋아졌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걷게 됐다"고 피력했다.

명예의전당 2호인 최순호(57·삼성중공업 대덕연구센터 연구원) 회원은 후발주자들을 챙기는 역할이다. 최씨는 "천천히 걸으면 평소 볼 수 없던 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세종시는 걷기 위해 만든 도시이다 보니 아파트 짓기 전부터 걷기길이 있었고 구석구석에 공원이 많아 걷기에 좋다"고 걷기예찬론을 폈다.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함께 걸어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함께 걸어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걷기는 _____다.

이들에게 걷기란 일상이자 중독이고 행복이자 행운의 의미다.

"걷기는 발로 하는 기도다. 걸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주변사람들의 행복을 기도하게 되니까. 두발로 모임을 시작한뒤 4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걸었어요."(정상영)

"걷기는 중독이다. 1만보를 걸으면 2만보를 걷고 싶고 오늘 안 걸으면 왠지 걸어야 할 것 같아서. '두발로'에는 좋은 길을 만날 것에 대한 기다림,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이윤순)

"걷기는 행복이고 두발로는 힐링이죠. 심적으로 어려웠을 때 100일동안 매일 1만보씩 걸으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으니까."(허혜진)

"걷기는 내 인생의 행운이다."(전규미)

"걷기는 다이어트다. 3개월만에 10㎏이 빠졌어요."(최순호)
 

최애 구간은

걷기예찬론자들이 꼽은 세종시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걷기길은 어디일까.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 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제공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들이 세종시 구석구석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 월 6일 첫 모임후 매주 총 2천㎞를 걸었다. / '두발로' 제공

정상영 대장은 첫마을 이마트 뒷편에서 고운동 국사봉까지 이어지는 12㎞의 숲길을 꼽았다. 최순호씨는 부용리 장군봉~꾀꼬리봉 구간이 금강의 물돌이와 일출, 일몰 명소 라고 치켜세웠다. 허혜진씨는 한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연꽃이 만발하는 조치원 조천연꽃길을, 이윤순씨는 고운동~대교리 국사봉길 구간을 꼽았다.

걷기의 매력을 한껏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허혜진씨는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비가 오는 가운데도 첨벙거리며 세종호수공원~중앙공원~방축천을 걸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규미씨는 2020년 11월 '두발로' 100번째 모임날, 누적 1천㎞ 걷기에 성공해 '명예의전당'에 1호에 가입된 순간이 가장 기분좋았다고 기억했다. 이윤순씨도 2018년 어느 멋진 가을날에 금강을 따라 세종보사업소~부용 30㎞를 완주했던 날을 들었고 최순호씨는 2018년 6월 금강 북쪽을 중심으로 하루종일 30㎞를 걸었던 날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주 걷고 연말에 기부도 실천할 계획이다.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 중 (왼쪽부터) 최순호씨, 고재상씨, 전규미씨, 이윤순씨, 허혜진씨, 정상영 대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벽면에는 허혜진씨의 '길' 작품(세종시 주최 제1회 한글사랑디자인공모전 우수상)이 걸려있다. '파랑새 자유롭고 솔향 가득 무궁화 아름다운 세종의 길을 걷다' 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 김미정
세종걷기동호회 '두발로' 회원 중 (왼쪽부터) 최순호씨, 고재상씨, 전규미씨, 이윤순씨, 허혜진씨, 정상영 대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벽면에는 허혜진씨의 '길' 작품(세종시 주최 제1회 한글사랑디자인공모전 우수상)이 걸려있다. '파랑새 자유롭고 솔향 가득 무궁화 아름다운 세종의 길을 걷다' 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 김미정

정상영 대장은 "두발로가 잘 유지돼온 건 큰 목표 없이 그냥 걷기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걸을 것이고 두발로를 통해 세종시 곳곳에 조성된 걷기좋은 길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걷는 즐거움을 주는 선한 영향력과 동기부여가 되는 모임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발로' 회원들은 새해에도 걷는다. 착한 발걸음으로, 힘찬 두 발로 세종시 구석구석에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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