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종진 충주문인협회장

소한 추위를 제대로 하더니 아직도 바깥 바람은 알알하기만하다.밤은 깊어가고 창밖 댓잎 서걱이는 소리만 고즈넉 한데 자정이 넘은 이 시각 조급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의 경적이 고요를 깨뜨리고 있다.

나는 한밤중에 출동하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섬뜩 내려 앉는다. 같은 시각 망연자실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릴 그 누군가가 연상되어 연신 심장이 쿵닥거리곤 한다.

어렸을 적 겨울이면 으레 병충해 방제를 한다며 어른들은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웠고 정월 대보름이면 쥐불놀이와 망월놀이로 아이들은 야트막한 산에 올라 빈 깡통에 솔방울과 마른 졸가리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 공중으로 깡통을 냅다 던져 올리면 불똥이 포물선을 그으며 산 아래로 떨어졌고 우리 조무래기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래도 불이 날거란 걱정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게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하기만 하다.

우리 생활 속에 물과 불은 따로 떼내어 생각할 수 없으리만큼 아득히 머언 태고적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늘 우리 곁에서 진화되어 왔다. 그래서 불을 잘 다스린 민족이 우월한 국가로 남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불로 인하여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시 학생을 포함 56명이 사망했고,같은 해 '화성 C랜드 화재'로 유치원생 16명이 사망한 참사는 국민 누구나 되짚어 생각하기도 싫은 사건으로 어른들의 무관심과 설마했던 요인들이 도화선이 되어 화마로 돌변한 참사였다.

이는 충분히 사전방지가 가능했던 인재였다고 당시 언론은 흥분했었다.

평소에 바로 쓰고 조심하면 고맙고 편리하기만 한 불이 그처럼 재산상의 손실과 고귀한 인명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누차 지켜 보고 경험하면서도 오히려 화재 규모가 대형화되고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걸 보면 정말 우리 가운데 깊숙이 자리한 안전 불감증과 돈만 벌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어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우리 지역의 큰 화재라면 '새한미디어 화재사건'과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을 꼽을 수 있겠다.

참혹하여 지금도 시민들 기억 속에서 쉽사리 지울 수 없는 화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회사의 재산손실을 차치하고서라도 화재를 진화하던 젊은 소방관의 순직과, 불붙은 선실에서 속수무책 헤매다 돌아가신 노부부의 죽음은 그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으며 가족들의 아픔은 과연 누가 치유해 줄 수 있단말인가?

나는 지금도 '새한미디어'화재 당시 소방관의 장례식이 방영된 TV속 한마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오열하는 가족과 도열한 동료들이 비통해 하는 가운데 조사 속에 나왔던 그 한마디 "우리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지금 이 순간에도 화재가 발생하면 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식장을 뒤로한 채 출동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소방관계법령을 강화하여 물리적인 제재를 가한다고해서 화재 건수가 줄어들고 인명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 철저한 준법정신과 변해야만 산다는 의식전환이 병행되어지지 않고서는 소시민이 느껴야 할 겨울은 결코 반갑지 않은 계절일 뿐이다.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최종진 충주문인협회장

바라기는 소중한 나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인명과 재산을 중시하는 불조심 홍보요원이 되자.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으로 38명 사망자 중 소방관 한명이 순직한데 이어 정초인 지난 1월5일 '평택 물류창고 화재사건'으로 또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이들의 명복을 빌며, 이제 한밤중 사이렌 소리에 더 이상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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