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요즘 메타버스에 올라타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고가의 고속버스를 타 본 것도 얼마 전인데, 메타버스는 또 무엇을 장착했느냐고 질문하리라. 첨단 세상의 눈에 어두운 분은 버스 타령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말하는 버스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아니다. '아바타가 살아가는 디지털 지구', 실체와 실물도 없는 무한의 가상공간이다.

버스를 말하니 순간 학창시절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아나던 시내버스가 떠오른다. 지각을 면하고자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올라타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안내양이 등을 떠밀어 다른 사람과 초밀착 상태로 버스를 타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뒤뚱거리는 시내버스가 달려가기나 했던가 싶다. 단연코 21세기 메타버스는 그런 과밀한 버스가 아니다. 홀로 책상에 앉아 인터넷 세상을 유영하거나, 핸드폰 속 검색 엔진을 클릭하여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비대면 가상공간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인류의 신대륙인 메타버스'에 올라타란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김상균 교수의 저서를 정독하니 나를 비롯한 지인들이 이미 메타버스에 올라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Meta'와 '세상'을 뜻하는 '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그 초월한 세상이 코로나 19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형편이라 외롭고 사람이 그립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혼자 하는 놀이를 찾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식물을 좋아하여 아파트에서 손수 기른 꽃들을 혼자 보기 아쉬워 SNS상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한다. 얼굴과 성향도 모르는 사람이 꽃 사진에 댓글을 달아 서로 의견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

이 모두가 디지털 디아스포라의 힘이 아닐까 싶다. 국적과 지역 구분 없이 유영하는 사람들. 내가 기른 꽃은 아날로그 감성이지만, 그걸 담은 디지털 꽃 사진은 전 세계를 자유로이 누빈다. 정보를 올려 뭇사람들과의 소통 공간은 바로 가상세계. 어디 그뿐이랴. 코로나 단계가 높아져 SNS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글공부를 진행한 날도 있다. 직장에선 컴퓨터 줌으로 수십 개 현장에 배치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다. 코로나에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장소도 메타버스 공간이다.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삶은 항상 어딘가에 접속되어 있다. 접속으로 '라이프 사이클이 알게 모르게 드러나고, 개인의 라이프 로깅이 누군가의 빅데이터가 되는 시대'란다. 노출이 두렵다고 멈출 수는 없다. 코로나로 다수의 모임은 어렵고, 마음에 맞는 서너 명의 단출한 만남은 이어지리라.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이 모인 메타버스, 다중접속으로 예전 콩나물시루 버스처럼 뒤뚱거릴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가상세계라도 자판에서 클릭을 멈추면 넘어진다. 버스에 올라타야만 외롭지 않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