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업무과 주무관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은 내가 어렸던 90년대에도 생소한 단어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사용했던 AI라는 표현은 온도에 따라 냉난방기의 바람세기가 조절되는 정도의 광고 문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는 상상은 아직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영화 속 세계였을 뿐이었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현실적으로 무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2016년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1로 승리했을 때였다. '아무리 그래도 바둑 같은 머리싸움은 사람이지'라며 이세돌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난다. 요즘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선 완벽함의 대명사가 된 듯하다. 자주 보는 스포츠 기사나 사회 기사에는 심판이나 판사의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AI 심판, AI 판사로 대체하라는 댓글들이 자주 보인다.

조만간 공무원의 행정에 답답한 민원인이 공무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라는 댓글을 쓰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이미 행정안전부의 '신기술과 인력운용'용역 보고서에는 인공지능이 중앙부처 공무원의 25%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서무·회계·민원 업무 등이 대체율이 높으며 정책·기획 업무에 대한 대체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았다. 공무원 직무도 아직까지는 '머리'가 중요한 업무는 AI보다는 사람이 낫다고 평가되는가 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세상에서 공무원이 인공지능보다 경쟁력 있는 강점이 무엇일까? 앞서 말한 기획력도 있겠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우리 청주시에는 생후 25개월이 지나도록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모자세대를 도와주기 위해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행정력을 동원해 출생신고는 물론 밀렸던 예방접종과 복지수당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적극행정 사례가 있었다. 비단 언론에 알려진 사례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사례관리'로 행정복지센터에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생활 취약대상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찾아가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광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업무과 주무관
정광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업무과 주무관

위 사례를 참고하면 어쩌면 공무원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 서류 접수·발급 행정업무는 인공지능에게 맡겨두고 기획·복지 분야에 공무원 인력이 더 투입되어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더 많은 현장을 찾으며, 더 많은 적극행정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AI 덕분에 사람다운 행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AI의 발전이 공무원 자리를 빼앗는 위협이 아니라 '서류행정'에서 '사람행정'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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