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폭발 현장, 도지사 의전 집중 속 지휘책임 논란
대원들도 안전 위협 엄중상황… 지휘관 '몸사리기 관행' 지적도
소방본부 "상황 면밀히 확인 후 떠나…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21일 오후 6시 장거래 본부장이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신동빈
21일 오후 6시 장거래 본부장이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에코프로비엠 폭발사고 당시 장거래 충북도소방본부장이 요구조자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장 본부장은 지난 21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에코프로비엠 청주공장 폭발현장에서 오후 6시에 퇴근했다. 공장에 고립돼 있던 직원은 장 본부장 퇴근 20여분 후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오후 5시 18분 소방대원 수십여명이 요구조자 수색을 위해 공장내부로 진입하고 있다. /김명년
21일 오후 5시 18분 소방대원 수십여명이 요구조자 수색을 위해 공장내부로 진입하고 있다. /김명년

장 본부장이 집에 간 시각, 소방대원 수십명은 공장에 고립된 요구조자를 찾기 위해 건물내부를 수색 중이었다. 3명의 소방관이 희생된 평택냉동창고 화재참사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소방대원들은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내부 수색에 임했다. 특히 이번 사고현장의 경우 폭발사고로 4층 바닥 일부가 붕괴된 상황이라 투입된 소방대원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장 본부장은 이날 현장에서 도지사 의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직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21일 오후 5시 34분 장거래 본부장이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사고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김명년
21일 오후 5시 34분 장거래 본부장이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사고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김명년

이시종 충북지사는 오후 5시 33분께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 지사 도착시간이 다가오자 예정된 언론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또 '현장 상황판'도 이 지사가 보기 편한 방향으로 돌려놨다. 일부 참모들이 이를 만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 지사 의전 과정에서 지사 옆자리에 서려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장 본부장은 이 지사와 공장 입구를 살펴보던 중 환경부 직원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옷을 잡아끌었다. 당시 기자들은 이 지사가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촬영 중이었다.

장 본부장이 중대 사고현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현장지휘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사고현장 공식 책임자는 청주동부소방서장이다. 장 본부장이 현장에 있었지만, 그보다 계급이 낮은 관할서장이 책임자인 이유는 '지휘관의 몸사리기 관행' 탓이다. 충북 뿐 만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현장지휘책임은 각 지역 서장이 맡는 경우가 많다. 소방내부에서는 이런 관행이 유지되는 이유를 '책임회피'를 위해서라고 지적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법상 지휘책임 권한이 있는 서장이나 현장 지휘간부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다. 실제 제천화재참사 관련 재판 당시 지휘관과 간부가 이 같은 문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오후 5시 50분께 소방대응 2단계에서 1단계로 내려갔고, 본부장께서 현장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퇴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요구조자 발견 전까지는 현장을 지켰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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