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전문위원

"파이프라인 하나쯤은 있잖아?"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파이프라인은 몇 개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인사가 됐다. 처음엔 속물처럼 보였는데, 점점 불편해지더니 이제는 '나만 없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이프라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는 파이프라인 시대를 사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파이프라인(pipeline)은 석유, 천연가스 등의 수송을 위해 만든 관로(管路)다. 흔히 송유관(送油管)이라고 불린다. 지난 1868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에서 목관(木管) 10㎞를 설치하면서 시초가 됐다.

150년이 지난 요즘, 때아닌 파이프라인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파이프라인만 잘 구축됐다면, 그 후에는 석유를 하나하나 실어 나를 필요가 없다. 머니 파이프라인(money pipeline)도 마찬가지다. 시쳇말로 '돈 나오는 구멍'이다. 수입원을 더 원활히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소득 말이다.

일은 적게 하면서도 돈은 꾸준히 흘러오게 하는 시스템, 바로'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머니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발간된 책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회사생활 5년 만에 100억 자산가가 된 비결을 다섯 가지 파이프라인 형태로 소개했다. 근로 소득, 사업 소득, 콘텐츠 소득, 부동산 소득, 주식배당소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로 근로는 고정소득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종잣돈을 만들 때까지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두 번째는 사업소득이다. 말 그대로 창업하는 것이다. 콘텐츠 소득 또한 취미와 창업의 경계선이다. 자본이 적거나 없어도 시작할 수 있고, 실패해도 시간 비용만큼만 손실처리된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창업경험을 정리해 SNS로 기록하거나, 전자책 발간, 강의 등의 수익으로 연결한다.

마지막으로는 부동산과 주식이다. 파이프라인 구축에도 순서가 있는데, 초기에는 근로, 콘텐츠, 사업소득으로 집을 마련하고 이후엔 부동산과 주식투자로 자산을 불린다. 주식투자는 배당주를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 저자는 꼽는다. 참고로 자산은 부채에 자본을 더한 것이다.

내가 일하지 않고도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시스템, 파이프라인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44년이 시발점일 것이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 시키고, 달러화를 국제통화로 정하기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BWS)가 출발 점이다.

시간이 흘러 1971년 8월,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금본위제 폐지)를 알리는 닉슨 쇼크 이후, 돈은 탐욕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부으며 불을 질렀다.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신성한 가치'에서 '자산을 통해 얻어지는 가속'이 더 빨라졌다.

열심히 일해서 부(富)를 얻는 것 보다, 빚을 지렛대 삼아 자산이 커지는 시대가 본격화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막대한 빚으로 연명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의 국가부채는 3,250억달러로 GDP의 40% 수준이었다. 오늘날에는 28조가 넘는다. GDP의 127% 수준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125% 였다.

세계 주식시장 가치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 GDP의 142%에 이른다.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을 말하는 버핏지수로만 보면 지금 미국 주식시장은 208%다. 위태위태(危殆危殆)해 보이지만 넘어지지 않고 있다.

머니 파이프라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주체적인 나의 삶을 위한 경제적 자립'이다. 세상이 반쪽 나더라도 나의 행복은 내가 지킬 것이라는 의지(意志)이자 결의(決意)다.

나머지 하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각자가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조선 시대 대기근이나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유래된 말이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다.

초연결 시대, 휴대폰만 켜면 내 또래의 사람들이 수 천만 원, 수 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불안해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왠지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묵묵히 일만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벼락 거지가 된 것이다.

다시 한번 국가와 국민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가와 국민의 의무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전문위원

국가의 의무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국민의 의무 32조 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와 국민의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머니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시대!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