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지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12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사직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명년
청주지역 폭염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난해 한반도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됐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충청권의 지난해 평균기온은 전국적인 측정이 이뤄진 이후 가장 높았다. 충북은 역대 2위였지만 충남·대전·세종은 모두 1위였다. 전국적으로 역대 두번째였으니 충청권의 상승이 다른 곳보다 더 가팔랐다는 얘기다. 게다가 기온이 들쭉날쭉하는 변동폭 또한 남달랐다. 1월을 시작으로 역대 1위가 여럿이었고 폭염과 장마도 기록적이었다. 한마디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평균기온도 그렇지만 최근 30년간 평균기온 역시 상승세다. 충북의 경우 0.6도가 올랐는데 특히 1월 기온상승이 뚜렷해 겨울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장마 등 계절별 강수 양상도 바뀌어 봄, 가을은 늘고 여름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첫서리는 2~4일 정도 늦어지고 봄꽃은 1~5일 가량 빨리 핀다. 날씨가 달라지면서 식생 등 생태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같은 속도라면 어느 순간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생활과 직결되는 날씨의 변화는 그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당장 농작물의 생육환경이 바뀌면서 수급문제로 이어진다. 귤, 사과, 바나나 등 과일의 경우 이미 상당한 변화가 진행됐다. 자연환경에 따라 생활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기상변화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상이변은 결국 인류가 짊어질 큰 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산업활동이 제한되고 국내 저감정책이 더해져 지난해 우리의 하늘은 최근들어 가장 맑았다. 날씨변화에 사람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모든 책임이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발등을 찍고 있는 데 이를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이라는 익숙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우리 주변의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상이변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만으로도 동력원은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이런 절박함과 동떨어져 있다. 생태계 파괴라는 문제도 알려졌고, 별도로 수거도 가능한 아이스팩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재처리는 말 뿐이다.

심지어 지자체 등에서 수거를 하고도 그냥 폐기하기 일쑤다. 주민들이 애써 모아도 재활용·재처리가 안되자 수거사업을 중단하는 실정이다. 소재전환 등 대체 노력도 권장에 머물고 있다. 수거 이후의 대책이 없으니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 버릴 수도, 갖고 있을 수도 없다. 가파른 기온상승으로 인해 위기감은 피부에 와닿지만 우리의 손발은 거꾸로 가는 꼴이다. 이런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탄소중립에 우선돼야 한다. 거창한 구호에 매몰되지 말고 실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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