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겨울이 깊어져 가면서 한파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파가 시작되면 야생의 생물들은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야 합니다. 주변의 보이는 생물들은 그나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만 그래도 추위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 주변에 관계를 맺은 생명들은 연민감과 생명의 동질감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들게 합니다. 거꾸로 우리와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생명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느끼지 못합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바이러스 대 백신의 대결이 시작했습니다. 백신을 검색해보면 투구게라는 생물이 검색됩니다. 최근에 백신을 만드는 것에 투구게가 이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구게가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구게는 다리가 나누어지는 절지동물이며 검미목에 속하는 동물로 이름에는 게가 들어있지만 실제는 긴 꼬리와 5쌍의 다리가 있어 거미나 전갈에 가까운 동물입니다. 현재 지구 상에는 총 5종이 살고 있으며 2억 년 전 화석에 발견되면서 살아있는 화석 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습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모습에 게처럼 다리가 나와있어 투구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투구게는 미국 대서양 연안, 멕시코만, 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연안지역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마라도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투구게는 식용으로 하기에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동남아 일대에서만 식용으로 또는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한 통발의 미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미국으로 넘어간 유럽인들은 동부 해안에 가득한 투구게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비료입니다. 1800년도부터 모래사장에 몰려있는 투구게를 포획한 후 쪄서 빻아 비료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해 왔습니다. 채집이 쉬웠기 때문에 많은 수의 투구게는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 1900년 초까지 대량으로 포획되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 후 투구게는 일시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했지만 1980년에 들어 다시 2차 수난을 겪게 됩니다. 바로 미끼로 말입니다. 대서양 고둥은 맛이 좋아 식재료로 인기를 끌면서 고둥 통발 미끼로 투구게가 사용되었고 장어를 잡기 위한 미끼로도 사용되면서 그 개체수는 다시 급감하게 됩니다. 그 후 투구게 미끼 사용을 금지하고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들어와 투구게는 3차 수난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백신과 진단 키트 때문입니다. 투구게의 혈액은 우리와 달리 공기와 만나면 파란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 파란색 혈액에는 우리 백혈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 성분이 세균과 내독소(엔도톡신)를 만나면 바로 응고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능으로 세균과 내독소의 유무를 판단하는 의료용 검사 키트를 만들게 되었고 코로나 백신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물질로 사용하게도 되었습니다. 투구게의 파란 혈액은 아주 작은 독소량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병원체의 칩입이나 오염이 되었냐를 확인할 수 가장 좋은 방법으로 LAL를 따라갈 수 없어 다른 대체재는 아직 없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이로 인해 투구게는 대량으로 포획되어 수혈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암컷 투구게는 400mL의 혈액을 갖고 있는데 대략 30% 정도를 수혈하고 다시 자연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수혈을 마친 투구게의 20~30%는 죽거나 그 후에 알을 낳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투구게 혈액은 1.5ℓ당 2천700만원 선으로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기에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투구게 최대 산란지에 1990년대 124만 마리 정도 서식했지만 현재는 33만 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러다 투구게가 멸종되면 LAL 검사를 할 수 없게 돼 이번 팬더믹을 종식할 백신도 만들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에는 매년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생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직 알지 못 한 체 멸종이 되고 있습니다. 그 생물들이 우리를 살릴 중요한 보물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물들을 보전하고 공존해야 하는 단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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