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和音)
화음(和音)
  • 중부매일
  • 승인 2022.01.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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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을 조금씩 채워가는 것이다.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 하나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이루는 것이 화음(和音)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뿐 아니라 사랑도 일도 음악도 마찬가지다. 옆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내 소리를 함께 맞춰가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가정에서도 한쪽에서 소프라노를 내면 알토로, 테너에는 베이스로 화답해야 담 밖으로 큰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는다. 서로 다른 남이 만나 부부(夫婦)의 연을 맺어 물 흐르듯 살며 백년해로 하는 것을 도(道) 닦는 일에 비유한 것이다.

예전에 기타 좀 친다는 동네 오빠 형들이 통기타와 함께 불던 하모니카의 애잔한 추억은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다. 십리 길을 걸어 기차통학을 하던 가난한 농촌소년이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끌려 무작정 걸었다.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어느 집 담 밑에 기대어 그 곡이 다 끝날 때까지 듣고서야 걸음을 재촉했다. 소년은 그때부터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때로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기쁨을 함께 해주는 그의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이다. 피아노를 배운 적 없는 그가 하모니카에 쿵작쿵작 반주까지 넣어 신나게 부를 정도니 내게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와 함께 환상의 빛 오로라를 보기 위해 겨울여행을 갔다. 건조한 북극의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빛이 머리위로 쏟아졌다. 우와! 판타스틱! 그레이트! 원더풀! 대박!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세계인의 감탄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빛과 빛 사이 잠깐의 정적이 흐르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오로라를 숨죽여 기다린다. 캄캄한 어둠속 티피 안에서 황홀한 빛을 기다리는 동안 주머니 속에 하모니카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앉아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우리의 아리랑을 함께 흥얼거렸을 최고의 순간을 놓친 것이다. 그 후 우리는 여행길에 반드시 하모니카를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화음 맞춰 부를 간단한 레퍼토리(repertory)를 준비하기로 했다.

직사각형의 틀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칸마다 쇠붙이를 끼운 얇은 판 리드(reed)의 떨림으로 소리를 내는 작은 관악기. 매혹적인 하모니카 선율은 들숨과 날숨 호흡으로 소리를 만든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쉬운 편리함은 언제 어디서든 분위기와 멋을 살릴 수 있어 좋다. 그 안에서 감미롭고, 섬세하고, 애처롭고, 명랑한 소리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은 값으로 계산 할 수 없다. 수백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다른 악기에 비하면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하다. 집에서 불어도 이웃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애잔한 단조 곡에서부터 동요. 트로트. 민요. 발라드. 팝송. 클래식까지 두루 섭렵 할 수 있다. 게다가 '아 에 이 오 우' 입 운동으로 입 주변 근육과 턱살이 처지는 것을 막아주는 보너스 효과까지 있다. 횡격막을 이용해 숨을 불며 뿜어내는 복식 호흡으로 폐 기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해소에 그만이다. 일석이조의 매력적인 악기임에 틀림없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하모니카로 앙상블을 이루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의 정겨운 만남이 있다. 취미생활을 통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장(場)이다. 하모니카를 배우는 학생에서, 또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총총히 사라지는 현직 교수님.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모여 인생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음악으로 하나 된 화음(和音)을 만들어가는 것은 또 하나의 기분 좋은 도전이다, 오늘도 나는 하모니카와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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