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장자 '사랑'을 말하다

하나됨은 완전한 것이다. 이 안에서 모두는 완전히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 하나됨을 나는 '사랑'이라 말한다.

많은 경전과 성현들의 말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는다.

표현만 다르다.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프랑스의 '박애', 묵자의 '겸애', 예수의 '사랑', 석가모니의 '자비', 공자의 '인(仁)',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 소크라테스의 '세계시민사상', 체게바라의 '혁명정신', 마호메트는 '가장 완성된 인간이란 이웃을 두루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고, 인도의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도 사랑에 뿌리를 두었다.

장자의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다들 알 것이지만, 이것이 사랑에 관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신과 마음을 통일하려고 수고를 하면서도 모든 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침에 세 개'라고 말한다. 무엇을 '아침에 세 개'라고 하는가?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던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조삼모사)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냈다. 다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명분이나 사실에 있어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기뻐하고 화내는 반응을 보인 것도 역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시비를 조화시켜 균형된 자연에 몸을 쉬는데, 이것을 일컬어 '자기와 만물 양편에 다 통하는 것'이라 한다."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장자', 연암서가, 2010)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거나, 저녁에 세 개를 주고 아침에 네 개를 주거나 총합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지만 원숭이들은 왜 화를 내는가.

하나(하루)를 아침과 저녁 둘로 갈랐기 때문이다.

하루로 보면 총합은 언제나 7개로 같지만(zero sum),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어보면 한 쪽은 다른 쪽에 비해 하나 많거나 하나 부족하여 언제나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너와 나를 가르면 결국 다투기 마련이다.

나와 남을 가르지 않는 것. 그것이 하나됨이며, 곧 사랑이고, 서로 다툴 일이 없어 집착과 고통이 없어진다.

사랑은 곧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다.

그래서 묵자는 '세상에 남이란 없다'란 말로 사랑을 정의했다.

장자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비유에 탁월하다.

그는 또 다른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배를 골짜기에 감춰두고 어살을 못 속에 감춰두면 든든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힘 있는 자가 그것을 짊어지고 달아날 수도 있는 것인데, 어리석은 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어두는 데에는 적당한 곳이 있겠지만, 그래도 딴 곳에 옮겨질 곳이 있는 것이다. 만약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두면 옮겨질 곳이 있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영원한 만물의 위대한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물건이 딴 곳으로 옮겨갈 수 없이 모두가 존재하는 경지에 노니는 것이다."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장자', 연암서가, 2010)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는 것에서 '천하'의 의미는 조삼모사 이야기에서 '하루'(하나)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7개로 옮겨질 곳이 없다.

대단한 비유이다. 장자는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동일한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나됨이 사랑인 것이다.

세상에 남이란 없는 것이다.
 

#조헌주(시인/ 인문학 강사)는.

조헌주
조헌주

충북 청주에 거주하며 청소년의 행복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시사문단 시로 등단했으며 제 17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 시부문 최우수상과 제 160회 월간문학 동화 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저서로는 "인문학과 함께하는 청소년의 행복 찾기(청소년 철학)', '하나 사랑 그리고 별(철학 에세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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