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트로이의 성안에 목마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춤을 추고 축배를 들며 오랜 전쟁이 끝난 것을 축하했다. 밤이 깊어 목마에서 나온 30명의 그리스 전사가 트로이 성문을 열었다. 잔혹한 도살이 시작됐다. 서양의 그리스와 동양의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장면이다.

최근 민주당의 상당 재선거 무공천 카드에 말이 많다. '계륵'이다. 전쟁은 패색이 짙은데 한중은 그 정도 가치는 없다. 남을 주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게 없다. 조조는 짐을 싸서 물러난다. 하나의 시각이다. '트로이의 목마'이다. 민주당이 함정을 파고 야당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 위한 전략이다. 또 하나의 시각이다.

어느 시각이 맞나? 민주당의 입장에서 어차피 180석인데 선거 승산이 없는 상당구를 무공천 한다. 이러면 '계륵'이다. 상당에서 야당이 내세운 후보가 시대에 뒤처진다. 거 봐라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면서 대권을 쟁취하면 '트로이의 목마'이다. 누구도 장담 못 하는 대선 승리를 위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는, 여차하면 무소속으로 상당에 도전하는 승부수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 힘, 쇄신 노력도 안 해. 그래도 지지해 주는 슬픈 현실. 신진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자!" 일갈한다. 바로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3번 연속 당선된 사람은 같은 선거구에 후보로 등록하지 못한다는 입법안을 제출했다. 속전속결이다. 기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라! 그런데 법안 부칙에서 3번 연속 당선이란 이제까지 당선된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이 법 적용할 때부터는 모두 초선이다. 그러면 2024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니 그 후로 12년, 2036년부터 이 법은 실효성을 갖게 된다. 지금 3선 의원은 앞으로 14년은 더 할 수 있다.

이게 뭐야! 정치개혁은 백년대계일 수 있으나, 세대교체를 14년 후에 하겠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야당은 쇄신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건 용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국회 180석을 장악한 민주당은 야당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다.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면 된다. 또한 민주당의 당헌당규로 3선 이상은 더 이상 출마를 못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면 이 법안은 반드시 통과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대교체를 14년 후에나 가능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계륵도, 트로이의 목마도 아닌 조삼모사이다.

그동안 민주당에 실망을 한 사람들의 일치된 내심이 있다. "차라리 개혁과 혁신을 외치지나 않았으면 밉지나 않지…" 기득권이 스스로 개혁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계속 증명했다.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우롱하는 기술이 탁월하다는 것도 민주당은 역시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딱 걸렸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세대교체는 원하지 않고 국면 전환 즉 전쟁 승리 목적뿐인 트로이의 목마가 이번에는 딱 걸렸다. 이런 때 상당에서 야당 스스로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개혁을 한다면 청주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야당이 눈을 뜰까, 감을까, 적군의 트로이 목마를 성안에 들일까, 아닐까 상당 재선거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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