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담댐 방류로 인해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일원이 물에 잠겼다. / 영동군 제공
용담댐 방류로 인해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일원이 물에 잠겼다.

지난 2020년 여름 수해때 발생한 용담댐 과다방류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보상과정에서 또다시 피해를 입고 있다. 당시 피해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였다는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민 눈높이에 크게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보상금액도 턱없이 적지만 주민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분쟁조정이 또다른 아픔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해당지역 주민들은 위원회 결정에 대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수해의 아픔을 씻기는커녕 상처가 덧나게 된 꼴이다.

분쟁조정위가 결정한 보상 규모를 보면 반토막도 안된다. 규모가 가장 큰 충남 금산군을 비롯해 충북 영동과 옥천 모두 신청액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무엇보다 하천·홍수관리구역내 피해가 보상대상에서 제외돼 주민들의 상처가 더 깊어졌다. 같은 이유와 상황속에서 똑같이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여부는 제각각이다. 이번에 보상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피해발생후 그나마 1년반동안 기대했던 보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큰 상처를 안게 됐다. 댐 운영·관리 부실로 피해를 입었는데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못받는 것이다.

게다가 분쟁조정 과정에서 위원회가 보여준 태도는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기 보다는 문제를 덮자는 것으로 보여진다. 조정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복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은 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런 입장은 광역·기초지자체에 대한 배샹책임 주문에서도 읽혀진다. 보상결정을 받아야 할 피해주민들로서는 분쟁조정위의 권고를 거부하기 어렵다. 책임여부와 그 정도를 분명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도 이는 뒷전일 뿐이었다. 일단 책임져야 할 대상자들을 최대한 넓혀 책임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배수시설 등 하천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방류피해의 책임은 오롯이 댐에 있다. 비록 비중이 환경부나 수자원공사에 비해 많이 낮아도 이런 식으로 책임을 물으면 근본적인 잘못이 희석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자체의 허술함은 다른 방법으로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분쟁조정위가 해야 할 일은 책임을 갈라치고, 보상규모를 후려치는 게 아니다. 분쟁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정리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용담댐 방류피해 분쟁조정은 실패로 봐야 한다. 해당주민들의 위원회 결정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분쟁의 원인을 바로 잡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조정과정에서 주민들의 아픔을,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신청주민들의 주장이 모두 옳고, 보상 요구의 내용이 다 맞다는 게 아니다. 분쟁조정위가 보여줘야 할, 지켜야 할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피해보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지 못한다면 국가기관으로서 제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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