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쩌면 왕조시대의 제왕보다도 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제66조부터 제85조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임명권도 대통령이 행사하며, 국무회의에 관한 제88조부터 제93조에 이르는 내용도 결국 대통령의 의장으로서의 권한 행사와 관련된다. 그뿐인가 감사원을 대통령의 소속하에 두고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결국 헌법 제66조부터 제100조까지가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삼권분립 국가라곤 하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 또한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이 이렇게 크고 막중하다.

이런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 대통령을 오는 3월 9일에 선출하게 되어있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인사가 20명이 넘는다. 살펴보면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도 눈에 띄지만 생소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헌법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이 크고도 막중함을 알고 어찌 사용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는지를 묻고 싶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들의 권한 행사를 위해 청와대를 비대하게 만들었으며 청와대는 대통령을 팔아 모든 권한을 오로지 해왔고 심지어는 그런 이유들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지 않았던가. 초대 대통령도 그랬다. 그런데도 지금껏 큰 줄기가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의 권한을 갖고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겠는가. 참으로 그 선택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는 대통령후보로 등록한 사람 중에서만 선택해야 한다. 다른 도리가 없다. 싫든 좋든 그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경제를 잘 안다고 하는 대통령을 뽑았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는가, 욕심 없을 것 같은 이를 선출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민주적일 것 같은 이에게 맡겼지만 그를 공정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 것 같고, 참으로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이 취임한 후의 정책집행을 지켜보며 직관적으로 느낀 바로는 대통령의 업무추진 행태를 각료나 산하 기관장들이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리라. 대통령이 인사를 제멋대로 하면 말단 기관장도 권한행사를 한답시고 제멋대로 인사를 하는 행태를 뉴스를 통해서 수없이 들어왔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 보통 사람들의 질서의식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또한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대통령의 도덕성과 주변 인물들의 됨됨이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 중에 도덕성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존경받는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 중의 첫 번째가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이다. 대통령을 시험으로 뽑지 않는다. 뛰어난 두뇌의 천재성를 요구하거나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인격이 훌륭하고 품성이 좋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뛰어난 인재를 구하여 역할을 맡길 줄 알며 서민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한 달여가 지나면 제20대 대통령이 탄생된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달린다는 후보들이 도덕성을 두고 치고받는 것이 가관이다. 그들이 상대편을 향해 주장하는 내용들을 들어보면 그들 중 누구도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그 둘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선거 후의 무질서가 그려지니 걱정이다. 제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순간부터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오로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만 일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참에 여론조사 1위 2위 말고 다른 훌륭한 후보를 찾아보는 건 어떤가. 찾아올 무질서가 두려워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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