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를 위해 써 내려간, 청주 역사의 과거와 현재

이경란 청주기록원장과 직원들이 본보와의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년
이경란 청주기록원장과 직원들이 본보와의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찬란한 유산이 바로 '기록'이다. 청주지역에서 지역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할 수 있는 장소가 문을 열었다. 청주시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청주기록원'을 개원했다. 청주기록원 개원이 갖는 의의와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또 이경란 초대원장으로부터 중점 추진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청주시가 지난 1월 7일 '청주기록원'이 개원했다.

청주기록원은 청주시가 전국 최고 역사기록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행정기록 외 시민들의 기록도 보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첫발 내디딘 '청주시기록관'

청주기록원의 첫발은 지난 2014년 통합 청주시 출범부터다. 당시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며 두 개의 시·군이 각기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던 기록을 경계 없이 함께 보존하고 이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5개 건물에 분산돼 있던 청주시와 청원군의 기록물을 한 데 모아 지난 2017년 12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통합 행정기록을 전문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청주시기록관'을 개관했다.

이를 통해 통합된 기록을 바탕으로 시정업무 추진 중 필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이 요청하는 건축 인·허가서류, 각종 개발 관련 증거 등 다양한 기록물을 신속하게 공개할 수 있게 됐다.


 

행정기록에서 시민기록까지

청주시는 시정기록에서 담지 못한 시민들의 기록까지 보존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이어 지난 1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주기록원'을 개원했다.

청주기록원 선포식 및 개원식 이후 관람 모습.
한범덕 청주시장과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 청주기록원 관람 모습.

청주기록원은 3층 건물 연면적 2천236㎡에 기록물 42만권을 보관하고 있다.

기록홍보관·기록체험실을 갖춰 기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특히 청주기록원 개원으로 행정기록만 수집하고 관리하던 업무범위를 벗어나 지금까지 수집·보존되지 못한 우리 주변 일상의 기록을 모으고 후대에 물려주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됐다.


 

100년을 바라보는 '청주기록화'

청주기록원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 개원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는다.

100년을 바라보는 청주기록화를 구상하고 있다.

3개년 계획 수립을 통해 시민과 자치단체의 인식 제고 기반으로 기록관리의 제반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는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청주기록원 전경
청주기록원 전경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구축

영구기록물관리 처리영역(Bussiness Layer) 기능설계 및 개발, 청주기록원 홈페이지 구축, 기록물관리정책 수립, 일원화(공공+민간) 기록물의 관리·보존 방안 체계화 등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다.

기능 전문화 및 내실화로 기록관리 기반구축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게 된다.


 

로컬(Local)아카이브 구축

시민의 일상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역사서술에 대한 필요성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모두 요청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상의 삶의 흔적'을 기록화하는 것으로 청주기록의 적극적 수집을 통한 기록정보 자원 확보와 청주시 각 부서·협치·민간기관별 협업체계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수집정책 및 계획 수립, 실무협의회 구성(민.관.학) 운영, 마을기록화 추진, 시민공감 기록문화 확산 세미나 개최, 시민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일상 속 기록문화 활동 전개 등 민간영역의 다양한 기록물 발굴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시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는 기록문화 접근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인터뷰]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김명년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김명년

 

소소한 일상 보관하는 기관으로 남길

"'기록'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고 기록원이 바탕이 돼 청주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기록 전문가로 최초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의 장(長)이 된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올해로 청주시 기록연구사로 임용 된지 13년이 흘렀지만 처음으로 당시 지북동 서고(書庫)에 들어섰을 때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보관해야 할 기록물은 산처럼 쌓여있는데, 현장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의자 하나, 책상 하나 없던 서고에 버려진 책상과 의자를 주워 와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기록물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처음 임용될 때는 조선시대 사관(史官)의 마음과 같이 기록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고 시민들께 다시 제공하는 기록연구사의 역할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현장은 케케묵은 문서를 정리하고 기록 관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들의 연속이어서 자괴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김명년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김명년

이 원장은 그래도 기록연구사로서 언젠가는 번듯한 기록관에서, 전문적으로 기록을 정리하고 수집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로 지난 2017년에는 통합 기록보존소인 '청주시 기록관'을 만들고 이제 청주기록원까지 개원하게 됐다.

"이제 시작한 청주기록원은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집니다. 직원 5명이라는 작은 기관으로 독립을 하며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많은 부담감도 느낍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록 관리'라는 전문 분야는 기록 전문가가, 어느 사람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은 여전합니다."

청주기록원 초대 원장으로서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에 대한 큰 기대도 갖고 있다.

"100년을 바라보는 '청주 기록화'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청주기록원의 미래 발전 방향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고, '우리 마을 기록'이라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그 마을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기록화 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기록을 수집을 하면서 사전답사를 통해서 쇠퇴하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주의 끝자락에 있는 4개의 마을(청원구 오창읍 여천리, 상당구 문의면 후곡리, 서원구 남이면 비룡리, 흥덕구 옥산면 사정리)에 대한 기록화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역의 기록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된다면 지역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지역 문화를 만드는 데 큰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청주기록원이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이 원장은 "그냥 시민들이 '나의 소소한 일상, 우리 가족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라고 할 때 주저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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