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 의료환경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정주여건 중에서도 첫손에 꼽힐 정도지만 평소에는 피부에 와닿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유사시에 그 진가는 분명해진다. 있고 없고의 차이, 수준의 차이는 곧바로 삶의 질로 연결된다. 특히 지역간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와 불편은 더 크게 느껴지면서 불만과 상실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병원을 연 뒤 단물만 빼먹었다면 비난의 화살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 정도가 심하다면 부당하게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한다.

먼 곳의 얘기도, 오래전의 얘기도 아니다. 우리 주변 충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고사(枯死) 상태가 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을 말하는 것이다. 건국대 재단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충주에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을 세운다며 의과대학 설립인가를 받았다. 병원신축 투자계획까지 내걸었다. 지역민의 호응속에 의대 설립은 술술 풀렸다. 그러나 의대가 설립된 뒤 충주병원은 뒷전이 됐다. 모든 약속은 말뿐이고 있는 것까지 빼내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의과대학 설립에 지역을 팔아먹은 셈이다.

지난 1985년 건국대 의대 설립인가 당시에는 충주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병원의 현실은 양질은커녕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마저도 포기한 모양새다. 지난해 1년간 그만 둔 의사만 24명이고 그중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7명이나 된다. 심장혈관내과는 조만간 간판을 내려야 할 판이다. 지난 15년간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시설낙후와 의료진 부족을 의료서비스 중단의 이유로 삼았다. 이 정도면 대학병원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한다. 의대인가 역시 내놓아야 한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고 노조를 비롯해 지역의 반발이 커지자 병원측이 보인 태도는 더 가관이다. 올해부터 의대 신입생을 충주에서 받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투자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눈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다. 오히려 충북북부 유일의 대학병원으로서 의료공공성마저 외면하고 있다. 지역내 특수검진 대상 노동자가 3만5천명에 이르지만 해당 업무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내달부터는 보건관리대행사업도 중단할 예정이다. 의료진 수급 등을 걸고 넘어졌지만 실제는 돈이 안돼서라는 게 병원 노조측의 설명이다.

겉다르고 속다른 건국대 충주병원의 행태에 대해 지역사회는 '의대인가 취소 청원'을 꺼내들었다. 대대적 서명운동을 예고했지만 건국대 재단은 묵묵부답이다. 그들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에는 분명 때가 있다. 가래로도 못막게 된 뒤에 호미로 막지 않은 것을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다. 건국대 의대 정원은 언제든지 충북의 몫이 될 수 있다. 전국 최하위권인 충북의 의료인력 배출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로 인한 의료불균형 해소가 건국대 의대라는 둑의 구멍이 된다면 어떤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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