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요즘은 집집마다 반려가족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많다. 베란다 온실의 반려식물은 추운 겨울에도 호사를 하고, 아무데나 버려진 미니어처 동물에 손때가 묻으면 끝없는 평안을 누린다. 반려가족들은 무슨 까닭에 생면부지인과 동침하며 한 살림을 차렸을까? 그는 어떤 의사표시나 동의도 없이 반려자의 기호 따라 선택되었으니 그 옛날 매파의 말만 믿고 시집온 새색시와 다름없으리라.

마음이 통하거나 정이 들어서 같이 살고 싶어 한 가족이 되기보다는 고르는 이의 일방적인 안목수준에 맞으면 몸값 치르고 모셔온 공매물이다. 외형에 나타난 개런티는 예전 소유주가 챙기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속담에 걸 맞는다. 그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몸값 올리기 위한 먹이와 따듯한 손길과 분에 넘치는 사랑이다. 그러면 화수분 아닌가?

반려가족으로 간택이 되면 평생 의(醫)식주 걱정이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오매불망 누리고 싶어 하는 오복(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을 즐기게 된다. 온 가족이 자기만 바라보니 용상의 주인이나 소공녀(A Little Princess)처럼 영화도 누리게 된다. 어르신에게 드리는 사랑과 정성보다 내 것이 더 찐하고, 들어가는 제 경비는 내 알바 아니고, 침대에서 대소변을 실례해도 꾸중이나 호통을 뛰어넘어 내 어깨 쓰담에 바쁘다. 집을 비울 땐 수준급의 관리인을 고용하거나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오성급 호텔도 예약한다.

팬데믹이 아니어도 외부인과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주치의와 핫라인이 개설되고, 옵션이 다양한 고액보험은 필수라서 감염병 확산이 무색하게 펫코노미(pet-economy)는 성황을 이룬다. 사람이 먼저라라는 건 가짜뉴스였나?

사람이 동식물이나 사물과 반려자로 한 가족 되면 이념논쟁이나 종(種)의 분쟁도 없고 영(靈)으로 소통하니 상호갈등도 없으며 영결(永訣)의 격식은 성인들 승천에 못하지 않은데 이런 유복(裕福)을 어느 누가 모른척하겠는가? 반려자의 혼란스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상처를 치유해 주고, 외로움 달래주며, 목숨까지도 바치는 반려자의 끝없는 사랑에 어느 누가 감히 팔매질을 하겠는가?

천수를 다하고 자연사한 노구(老拘)의 영결식장에서 집례자의 영결사 후에 이승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하라고 하니 반려자와 영적대화를 한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천애 고아로 태어나 친구 잘 만나 부귀영화 누리다 가는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마는 꼭 이루고 싶었던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이 죽어서 사악(邪惡)한 인간들의 건강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다면 한 가족으로 보살펴주신 분에 대한 결초보은의 희생은 감수하겠습니다. 형편 따라 본래 야생인 짐승이 자존심 내려놓고 불편 없이 친구 와 호흡 맞추며 반려자로 사는 것도 만류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광야에서 자유분방하게 뛰놀며 하늘 향해 포효하고, 자연산 먹거리 즐기며, 하고 싶은 일 하는 자연본성으로 살아가는 게 그립습니다. 제 이야기 들으신 분들께서는 한번쯤 심사숙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못 들으신 분은 사랑의 채널이 서로 다름일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