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월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음에도 지방선거가 보이지 않는다. 후보 등록을 비롯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구경할 수 없다. 선거를 불과 100여일 앞뒀는데도 후보는 고사하고 선거구조차 불확실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방선거 출마자라며 자신을 알리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지방선거가 사라진 셈이다. 지방정치의 꽃이자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치활동인데도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모든 눈과 귀가 대선에 쏠린 까닭이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실종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

나라의 수장을 뽑는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이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자리의 무게를 떠나 정치활동의 최대 목적인 정권창출이 걸린 만큼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의 사정이야 이해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정치 언저리들조차 모두 빨아들이는 '정치 블랙홀'이 됐다. 하지만 이런 대선을 떠받치는 근간이 바로 지방선거다. 밑바닥 하부구조가 튼실하지 못하면 그 어떤 영광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따라서 대선 때문에 지방선거를 외면하는 것은 한치 앞을 못 봐 내일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최고의 정치행사이자 발등의 불인 대선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박빙의 승부가 거듭되는 지금 지방선거가 뒷전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 연유로 지방선거에 특별한 배려나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방선거가 그 자체로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선거일 180일전에는 마무리됐어야 할 선거구 획정만 해도 그렇다. 이미 두달이 지났고 대선 이후로 미뤄지면 석달 넘게 늦어지게 된다. 지금껏 미루다가 이제서야 논의를 시작했는데 쟁점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

여야가 의지를 갖고 접근했다면 진작에 끝났을 일인데 수개월째 수많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애꿎게 속만 태운 것이다. 광역의원 정수 조정이 거론되는 지자체장들이 별도의 건의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 이어 농어촌과 도심의 인구편차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여야 지도부조차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중앙정치에서 벗어난 지방선거 관련 획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최소한 실종사태는 막아보자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발목잡기가 아니어도 지방선거는 첩첩산중이다. 출마자들은 코로나19로 유권자 접촉은커녕 행사장 등 다수가 모이는 곳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신인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존재를 알리기도 전에 선거운동부터 해야 한다. 온라인 선거운동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유권자 반응이 없으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공약·정책은 거들떠보지 않고 이미지만 찾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치가 살아날 수 없다. 먼저 지방선거부터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지방선거 실종에 따른 부담은 결국 다른 정치들이 짊어져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