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영희 수필가

입춘을 지나면 봄을 느낄 수 있어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곤 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미리 기대를 한 탓인지 그날부터 눈발을 단 꽃샘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개화를 위해 겨우내 공들인 오동통한 개나리 꽃눈이 놀란 듯 옷깃을 여몄다. 봄이 되어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하는 때를 해토머리라 한다. 아직은 해토머리가 아닌데 개나리가 봄 천지를 보고 싶어 안달을 했나 보다. 사람도 철이 안 들어 시절 인연을 논하는데 꽃나무가 때를 어찌 제대로 알까 싶어 안타까웠다.

화폐전쟁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너무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니, 실물경제 쪽의 가벼운 내용으로 선회하자고 결정한 책이다. 독서 토론 끝에 한 회원이 투자에 대해 경험론을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성공한 투자를 참고하려 한다니 더더군다나 경험담을 말할 게 없었다. 망설이고 있으니 건강, 큰 집, 큰 차에 대해 이야기해 달란다. 타인의 실패담이 때로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서두를 시작 했다.

같은 직장에서 증권회사로 간 직원이 투자를 권유해서 발을 담갔다. 호시절 이어선지 위탁관리를 받는 계좌가 점점 불어나 조간신문을 본 하루하루가 즐겁고 입가에 미소가 주렁주렁 달렸다.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는데 사람의 욕심은 커트라인도 없다. 원금의 여섯 배로 불어났을 때 IMF가 터졌다. 해토머리 얼음에 금이 간 강에 들어갔다가 익사직전, 연락 두절이 되고 모든 게 휴지조각이 되었다. 억울했지만 비싼 수업료 내고 인생의 쓴맛을 봤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건강을 추슬렀다. 나중에 들으니 으름장으로 얼추 보상받았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아픈 영혼이 몸을 잠식하지 못하게 욕망의 끈을 놓아버렸다.

시간은 명약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진리를 체험했기에 나 자신에게 투자하고 저축을 하는 현재에 충실했다. 나름의 목표에 도달하고 은퇴를 했다. 인생 2막을 살면서 성공담 요청받을 정도면 괜찮은 그림일 것이다.

이영희 수필가
이영희 수필가

습관이 되어 지금도 출근을 하듯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아침 다섯 시에 기도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오후 세네 시에는 꼭 한 시간씩 산책 등 운동을 한다. 사이 시간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사를 챙긴다. 인풋이 되니 자연히 아웃풋이 되어 글을 써서 출간을 한다.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로 면역력이 강화되니 시간과 비용을 병원에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일확천금할 기회는 없지만 하이 리턴은 꼭 하이리스크를 수반하니 걱정 없이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행복은 신의 뜻 20퍼센트, 당신의 뜻 20퍼센트, 그리고 나머지 60퍼센트가 내 뜻이라니 행복은 진정 마음먹기에 달렸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오늘에 성실하고 내일에 희망을 품으며 해토머리 조심하는 일상이 평안한 하루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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