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빠진 듯하다. 지난 15일부터 22일간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됐으나 여야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으로 지지를 호소하기는커녕 상대 후보 흠집 내기와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국민 통합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 심판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정권 교체 적임자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당 체제 교체를 선언하고 공명 선거를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후보들의 주장과 달리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주요 후보 부인 등 가족 리스크로 연일 떠들석하다. 후보들도 국민을 제껴두고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보 단일화가 주요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대선판을 흔든 가장 큰 변수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후 치러진 7차례 대선에서 단일화에 성공한 대선은 1997년(김대중·김종필), 2002년(노무현·정몽준), 2012년(문재인·안철수) 등 3차례다. 이 중 1997년과 2002년 등 2차례만 승리했으며, 2012년은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특히 2002년 대선은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전으로 꼽힌다. 후보 지지율이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1등 자리가 네 번이나 바뀌었다. 노무현 후보는 대선 40일을 앞두고 정몽준 후보와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해 선두 자리에 오른 뒤 2.3%p 차이로 극적 승리를 차지했다.

단일화에 따른 분석도 다양하다. 역대 대선에 따르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승률이 67%로 올라가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박근혜 후보에게 3.6%p 차이로 패배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여당과 제1야당 후보가 오차 범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역대 대선과 달리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해결과 집값 안정, 지역 균형 발전, 저출산 대책 등 생활의제 중심의 미래 한국사회 청사진을 제시해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위원 

실제로 지난달 매니페스토본부가 발표한 '20대 대선 유권자 10대 의제'는 집값 안정을 통한 서민 주거권 확보, 경제 산업 구조 혁신과 개편을 통한 미래 일자리 창출, 언론과 사법 개혁, 여성 삶 중심의 저출산 대책, 소득 불균형 완화, 감염병 등 재난 대응, 고령화 대비 사회 안전망 구축, 실업 등 청년 대책,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혁신, 세대 갈등 해소 등 정치·경제 의제에서 생활 의제 위주로 선정됐다. 19대 대선 10대 의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등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 공정사회 구현, 재벌중심 경제구조 개혁, 남북관계 개선 등 정치·경제 의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한다. 대선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마지막 날까지 역사를 두려워하는 후보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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