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지속가능한 발전에 뿌리를 둔 ESG는,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서 그 개념이 처음 언급된 이래 2006년 UN 주도하에 유엔책임투자원칙이 결성되어 본격적으로 ESG 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2015년 이후 활성화됐다.

ESG는 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의 영어 약자로,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사회 활동 실시 및 홍보, 친환경 활동과 저탄소 운동 진행, 취약계층 지원 및 봉사활동 실시 등의 활동을 추진하면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은 이미 ESG 경영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 평가는 연간 약 27조 8천993억 원으로 농업의 실물 부가가치 이상의 가치를 매년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환경보전(홍수 조절, 지하수 함양, 기온 순화, 대기 정화, 토양 유실 저감 등)의 경제적 가치만 18조 6천343억 원에 달하고, 농촌경관 2조 452억 원, 농촌 활력 제고 등 사회·문화적 기능이 4조 1천40억 원, 식량안보기능이 3조 1천158억 원 등의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결과만 봐도 농업이 적어도 ESG 경영의 E와 S 부문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ESG 경영의 G 부문이 취약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의 농업이다. 우리나라는 가족농 위주의 농업을 해왔고 현재도 가족농 중심으로 농가 경영구조가 이뤄져 있다. 그래서 혹자는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서 기업농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네델란드 농촌사회학자 얀 다우 핀 더르 플루흐는 가족농(농민 영농방식)이 기업농(경영자 영농방식)보다 자연에 더 기초하며, 미래까지 연속성을 띠고 있고, 농장들 사이의 호혜적 상호관계가 강하며, 사회적 부를 더 증진시킨다고 하였다. 즉, 우리나라 농업은 ESG 경영의 G 부문에서도 나름 큰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이런 우리 농업에 이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큰 특징은 바로 초(超) 연결성이다. 초 연결성을 통하여 농업은 더 새로운 길로, 더 다양한 농업으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앞으로 이루어질 농업은 ESG 경영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인정받고 또 우리나라 식량주권을 확보하며, 그리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는 농업이다.

2022년은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다. 검은 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 독립성, 도전 정신, 강인함, 열정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업도 검은 호랑이의 기운으로 미래의 새로운 농업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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