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만나기 전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이달 8일, 중앙부처 차관 대면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오전에 받은 전화 내용이다. "요즘 워낙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서 양해를 부탁한다. 죄송하다"라는 담당자의 간곡한 부탁 아닌 부탁이었다. 요컨대, 인터뷰 전에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한 뒤 '음성'이 나오면 만나자는 것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식사자리도 아니고, 마스크를 벗은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닌데 중앙부처 대변인실에서 너무 예민하게, 유난스럽게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는 백신 접종완료자'라는 말까지 덧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만나야 하나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당시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명대였고 자가진단키트가 시중에 공급되기 전이라 자가진단키트 이용도, 구입도 생소한 시기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유행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에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 인터뷰이는 정무직인 중앙부처 차관이고 그 주 해외출장이 잡혀있는 시점이었다. 나의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애 첫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거쳐 인터뷰이를 만날 수 있었다. 옛 노래 중에 '그녀는 만나기 곳 100m 전'이라는 유행가가 있었는데 이제는 중요한 만남 전에 자가진단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은 '과유불급'이 아니라 '다다익선'이다.

대면인터뷰 이후 코로나 상황은 급속히 악화돼 열엿새만인 24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7만명대까지 폭증했다. 이틀 연속 17만명대다. 최근 보름간 100만명 넘게 확진됐는데 이는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누적확진자의 절반 수준이다. 2년간 확진된 사람 수와 최근 2주간 확진된 사람 수가 맞먹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24일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는 249만9천명. 전 국민 20명 중 1명꼴이 코로나에 걸린 셈이다. 아무도 예상못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상황도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확진자는 더 쏟아질 것이다. 3월 중순 최정점을 찍어야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최대 35만명까지 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유난스럽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길뿐이다. 코로나는 누구도 예외가 없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확진되고 나서 후회한들 소용없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자 정부는 이달 검사·치료체계를 전환했다. 핵심은 자율과 책임이다. 방역수칙 준수와 백신접종은 기본이고 스스로 검사(신속항원검사)하고 확진되면 스스로 재택치료하고 스스로 동선을 기입해 역학조사에 임하는 전반에서 개인의 역할이 커졌다. 자율이 커진만큼 책임도 커진다. 남탓, 국가탓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시대다. 자율과 책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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