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박채월 봉덕초등학교 수석교사

기다릴 틈도 없이 계절은 다가왔다. 한층 온기가 그립다. 이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감염병, 추위, 세월과 더불어 늘어가는 몸의 이상 징후들, 어디서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한 해를 보내고 있는지 떠올려 본다.

작가 최인호 책을 몇 권 다시 읽었다. 책의 내용은 밝은 내용으로만 채워지진 않았다. 자식으로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아픔과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애달픔, 자녀를 키우는 고단함, 자신에게 찾아오는 노후, 고독감. 전에는 '그렇구나'하고 지나갔다면, 이번엔 진한 공감과 더불어 볼 위로 흐르는 눈물과 따뜻한 기운의 흐름을 느끼며 읽고 있다.

"선생님, 커피 가지러 올래요?, 질문도 있어요. '이러이러한 내용'을 공부를 해봤는데, 전문 지식이 넉넉지 않아서 그런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교육적 효과는 낮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저런(전문용어 줄줄줄) 문제점이 있고, 몇 년 안에 프로그램이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 그럼 더 알아보지 말아야겠어요." "그러셔도 됩니다." 후배 선생님의 명석함과 열정에 훈훈한 기운이 좌악 퍼진다.

박채월 봉덕초 수석교사
박채월 봉덕초 수석교사

수업 시작. 실험 주제를 알아보고, 실험 방법을 찾고, 실행해 과제를 해결하는 시간. 재잘거리며 아이들은 실험을 진행해 간다. 예의 그 모둠을 유심히 바라본다. 세 아이는 좀 늦은 모둠원 친구에게, 다정히 이름을 부르며, 실험 과정을 되풀이 설명하고, 기록장 쓰는 방법을 알려 준다. 급기야, 실험을 직접 해 보이며 기록장을 써 주며 함께 과제를 완성해 나간다. 모둠 가득 따스한 빛이 감돈다. 보는 나도 따스하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마음이 산란(散亂)한 신학기의 시작, 올해는 어디서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무엇으로 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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