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8월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3일 중도 사퇴했다.

그동안 중앙당과 전국 17개 시·도중 13곳에서 시·도당을 창당하며 완주할 것을 강조해왔던 김 후보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통합정부 구성' 등을 합의한 후 다음날 "오늘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는다"면서 "오늘부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고 밝혔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 '기득권 깨기'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지 않더라도 다음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행보를 했던 그가 "차선의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주변에서 "인지도 빼고 모두 갖춘 후보"로 불렸다.

'흙수저'였지만 부총리까지 올랐던 그의 인생 역전은 충북은 물론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았다.

11살이던 해 부친이 타계하며 가세가 기울었고, 서울로 이주해 청계천 판자촌에서 살며 상업계 고교에 진학, 졸업 4개월을 앞두고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

입사 후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 새벽에는 고시생으로 생활했다.

26세이던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던 지난 2013년 10월에는 백혈병을 앓던 장남을 먼저 하늘로 보내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런 상황을 주변에 알리지도 않고 장례를 치른 당일 오후에 출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부동산 정책 등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고성이 오가는 입씨름을 하며 소신을 지켰다.

김 후보는 지난달 9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 수석도 있고 실장도 있고 거의 뭐 '1대 15~20'으로 싸웠다"라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해 누구라 말은 안 하겠지만 모 핵심이 '양도 차액 100% 과세'를 말했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서 '미쳤냐.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라고 하며 한마디로 거절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민주당 4기 정부를 노리는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았다.

여권 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야권은 파장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라 각자 표 셈법이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낀 야권이 막판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선 일주일을 남기고 사퇴한 김동연 후보의 결단이 대선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던 충북 출신의 중도 사퇴는 지역입장에 환영할 일은 아니다.

다만 장인 고향이 충주여서 '충청(충주) 사위'를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와 음성 출신 김동연 후보의 단일화는 '충청대망론'의 간접 실현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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