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프면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엔톨핀이 넘쳐난다. 행간 줄 간마다 눈을 깜박이며 목울음을 삼키고 읽어야만 하는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선물(Present)은 현재를 가리키는 말로 지금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오묘한 하늘 빛 표지에'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작은 천국지음.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오래 전부터 작은 천국 모임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해 왔던 터였기에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첫 장을 열어 목차를 보자 예감은 적중했다."우리에게 기억에 남는 글을 써주시는 엄마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오래오래 엄마의 마음속에 남기를 바라는 가족선물입니다."그 안에는 남의 편이 아닌 내편인 그가 왕비에게 보내는 글. 젖은 손. 그리고 사위 셋. 네 명의 손주 들. 딸과 아들이 엄마에게 주는 깜짝 선물이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친정 엄마의 인터뷰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 여동생이 쓴 속마음 까지... 첫 장부터 끝까지 눈물 한 바가지 콧물 범벅으로 손수건을 놓을 수 없었다. 가족 전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정성스럽게 쓴 글을 한 데 모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귀한 책으로 만든 것이다.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정월 대보름에 태어 난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요. 초콜릿 스물여덟 개를 예쁜 은박지에 싸서 와이셔츠와 함께 생일선물을 소포로 보내 주었던 수줍은 아가씨. 사십 여 년을 나와 함께 해준 지난 세월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오. 당신은 우리 집안의 위대한 어머니요 사랑의 보금자리요 주인이오. 남편과 자식을 위한 희생적인 내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나의 보석이요 왕비임에 틀림없소."

"사랑의 다른 이름을 찾아가면 그 끝에 엄마가 계신다. 딸이었던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여자의 일생에서 엄마라는 이름표가 생기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엄마는 옆도 뒤도 돌아 볼 겨를 없이 구부러지고 좁은 길을 황소처럼 우직하게 앞만 보고 걸어오셨다. 난 두 아이 육아도 감당하기 힘들어 낑낑대는 데 염마는 넷이나 키우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나라면 절대 못 했을 일들을 우리 엄마는 척척 해 내셨다, 켜켜이 쌓인 시간. 굽이굽이 살아온 세월이 엄마가 살아오신 인생길이다. 엄마를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수고하고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이제 그 어깨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쥐띠부인 우리 엄마가 살아오신 삶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가까이서 엄마를 챙기는 딸아이의 고백은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어머니로, 할머니로, 더 멋있어지는 노년 신사의 아내로, 그리고 아직 딸로서도, 그 역할을 잘 해 주시는 우리 장모님.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온 사람의 경영이 어떠한지 곁에서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녀들에게 귀감이 되고 무엇보다도 존재 그 자체로 귀감이 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평범한 엄마의 자리를 성실하게 감당했을 뿐인데 자녀들로부터 이렇게 칭송을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살면서 이토록 가슴 뭉클한 감동과 기쁨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잠시 내 인생 여정을 되돌아 본 뜻밖의 여유를 자녀들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지나 온 세월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리운 추억으로 어느새 저만치 밀려간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작은 점으로 사라져버렸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서프라이즈를 기획하고 준비한 아이들 마음이 얄미울 정도로 고맙고 사랑스럽다. 깜짝 선물의 유효기간이 꽤 오래갈 것만 같다. 나도 역시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지난여름 물한계곡에서 보았던 별이 쏟아지는 밤.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환호하던 별이 빛나는 그 밤하늘을 다시 보고 싶다는 아이들 소원을 들어줘야겠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만들어진 작은 천국은 언제나 즐겁고 사랑스럽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