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정치교체냐, 정권교체냐? 후보의 공약이나 자질을 둘러싼 논란 뿐 아니라 후보와 관계자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책임 공방도 유난히 치열했던 선거였다. 지나친 네거티브는 지양해야 마땅하지만, 사실 선거 시기에 논란과 쟁점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어떤 정권이 세워지느냐에 따라 국정 운영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발전, 정치개혁, 지방분권, 남북과 국제관계, 성평등과 양극화 해소, 국민통합 등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고 대립하는 가운데 시대적 담론을 형성하고 국가의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시대적 담론 중 하나가 녹색전환이다. 기후위기 극복, 환경과 생태계의 보전, 지속가능한 발전, 탈탄소 경제사회구조의 전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산업화, 민주화, 복지문제가 사람끼리 잘사는 문제라면 녹색전환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잘사는 문제이다. 녹색전환의 담론은 1990년대 이후 환경운동과 함께 성장하였으며 여섯 정부를 거치며 점차 숙성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환경처를 환경부로 승격시켰고 환경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쓰레기종량제를 처음 시행하였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환경갈등도 본격화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여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초래한 반면 상하류 상생 원칙에 입각한 4대강 수계 물관리특별법을 제정하며 환경단체들의 호응을 받았다. 2000년 환경의날에 새천년 국가환경 비전을 선언하였고,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온 동강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였는데, 이는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대형 국책사업을 포기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하며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오랜 논란거리였던 새만금 간척사업을 그대로 추진함으로써 시민사회와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정,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출범 등 제도적 진척을 이루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그야말로 환경정책의 퇴행기였다. 한반도대운하로 시작하여 4대강사업 강행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걸쳐 범국민적 저항을 초래하였다.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비전을 선포하였으나, 관련 사업비의 대부분을 토건사업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4대강은 녹조로 얼룩지고 국가 온실가스 발생량은 대폭 증가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에도 불구하고 노후원전 수명연장 및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여 환경갈등을 초래하였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과 파리협정 체결 등 국제적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초불항쟁으로 맞섰고 결국 대통령을 탄핵하였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문재인 정부는 후퇴했던 환경정책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4대강 재자연화, 물관리 일원화, 탈원전 에너지 전환, 자원순환,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추진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그린뉴딜 정책을 본격화하였다. 그리고 2020년 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열에 전격 합류하였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지난 30년은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인식 확산과 기반 구축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7번째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과연 그는 녹색전환의 흐름에 편승할 사람인가, 녹색전환의 흐름을 선도해 나갈 사람인가? 이것이 다음 대통령에 관한 나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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