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미국의 유명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BICENTENNIAL MAN' 이라는 영화가 있다. '바이센테니얼'이 '200년에 걸친'이라는 뜻이니,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200년을 산 사나이' 정도가 될 것이다.

종말론과 밀레니엄 버그 우려 등으로, 웅성거리고 혼란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그런 일들이 모두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된 새 천년의 첫해 1월에, 바이센테니얼 맨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다.

대강의 줄거리를 보면, 제조 과정에서의 실수로 감정과 지능을 가지게 된 첨단 가사로봇(앤드류)이, 인간을 사랑하게 되고,?나중에 기계로 이루어진 몸을 인공장기와 피부로 차츰 교체하여, 결국 199년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 한다는 내용이다.

태어나면서 이미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불멸을 꿈꾸는 것과 달리, 애초에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진 앤드류가, 인공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장기와 피부를 이식받아, 결국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릴 적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스처럼 인간과 신들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사실 불멸의 존재인 데다가 인간이 보기에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들이, 보잘것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을 살다가 죽고 마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을 그때는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앤드류의 선택을 보고 나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벚꽃이 한 창인 때를 기다려 꽃놀이에 나서는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꽃들이 떨어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15일을 화려하게 꽃피우기 위해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1년을 기다려 온 벚꽃의 개화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하는지 모른다.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언제까지나 기회가 있다면, 굳이 지금 시간을 내어 꽃구경을 나갈 필요가 무엇이란 말인가?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찰나의 순간을,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음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4월과 5월에 교외로 나서면 '진달래꽃', '제비꽃', '수선화', '홍매화'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꽃 한 송이 피우는 일도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어쩌면 우리는 매일 기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낮과 밤, 계절마다 달리 보여 주는 멋진 풍경들.

루이 암스트롱이 노래한 것처럼 '세상은 얼마나 놀라운 곳인가' 오늘은 왠지, 그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가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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