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품고 현대와 만나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봄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봄을 맞은 우리들의 마음에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변함없이 봄은 오고, 그 어느 해보다 새 봄이 반가운 것은 뜻하지 않은 시련 속에서 잘 살아내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 아닐까. 그렇게 봄은 우리를 늘 새로운 희망의 시간으로 이끈다. 진천하면 농다리를 먼저 떠올린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농다리에도 노오란 봄빛이 완연하다. 맑은 물 푸른농촌 가꾸기 사업, 농다리 관광명소화 조성사업 등을 통해 관광객들의 힐링지수를 높이고 있는 농다리 인근에서 봄기운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 편집자


 

한칸 한칸 감상하며 건너는 재미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미호천의 지류인 세금천에 놓여있는 농다리(충북 유형문화재 제28호)는 고려 초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다. 농다리(농교·籠橋)라는 명칭은 대나무로 짠 바구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면 꿈틀대면서 기어가는 지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농다리는 볼 때마다 그 독창성과 기술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천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진천 농다리 /송창희
천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진천 농다리 /송창희

멀리서 보면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해 투박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큰 돌과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조화롭게 쌓아올려 물의 유속을 거스르지 않고 물이 돌 사이 사이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설계됐다. 장마 때 물이 다리 위로 넘쳐 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인 농다리는 자연에 순응하는 과학적인 축조기술로 천년세월을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농다리는 고려 초 임장군이 세웠으며, 붉은 돌로 음양을 배치해 28수에 따라 28칸으로 지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28수는 하늘의 기본 별자리를 말한다. 엉성한 듯 정교하고, 무심한 듯 정갈한 돌다리에 우주철학까지 담은 옛 선조의 혜안이 놀랍다.

다양한 모양의 농다리 상판 돌
다양한 모양의 농다리 상판 돌

사력암질의 붉은 색 돌(자석·紫石)들로 교각을 만들고 그 위에 상판석을 올린 총 길이 95m의 농다리는 한 칸 한 칸 상판의 모양을 감상하며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교각과 교각을 연결한 상판은 넓적한 돌, 길쭉한 돌, 2개의 쌍돌, 작은 네모돌을 끼워 완성한 것 등 그 모양이 자유로우면서도 예술적이다. 모든 돌의 모서리가 뾰족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것도 왠지모를 푸근함을 준다.
 

풍광따라 선택하는 트레킹 코스

정겹고도 신비한 농다리를 건너면 미르숲과 만나게 된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현대모비스의 사회공헌사업으로 조성된 곳이다. 이 곳에서는 ▷1코스(총거리 1.48km / 30분 소요) 천년정~미르전망대 ▷2코스(총거리 2.88km / 1시간 소요) 천년정~미르전망대~임도~살고개~농다리 ▷3코스(총거리 4.88km / 1시간 30분 소요) 천년정~미르전망대~임도~초롱길~하늘다리~살고개~농다리)를 선택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물멍하기 좋은 미르숲 야외공연장 /송창희
물멍하기 좋은 미르숲 야외공연장 /송창희

또 농다리에서 무병장수와 액운퇴치,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용고개(살고개) 성황당을 넘어 야외음악당에 이르면 초평호가 시원하게 펼쳐져 한가로이 '물멍'을 할 수도 있고, 데크길로 잘 정비된 1.6km의 초롱길을 따라 하늘다리까지 걸을 수도 있다. 초평호 수변 탐방로인 초롱길은 드넓은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물 위로 반사되는 산풍경이 호젓함과 여유를 안겨준다. 조금 많이 걷고 싶다면 농다리에서 하늘다리~청소년수련원~금오마을~붕어마을을 거쳐 한반도지형전망공원까지 7.5km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하늘다리만 보고 싶다면 진천청소년수련원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 일대는 지난해 MBC드라마 '밥이 되어라'에 등장해 진천을 홍보하기도 했다.

초평호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보고 싶다면 농다리를 건너 바로 왼쪽 방향인 농암정(0.4km)에 오르면 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옛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징검다리가 있고, 사색을 안겨주는 메타세콰이어길도 있어 조용히 걷기에 제격이다.


 

새로운 순환형 걷기코스 개발

이처럼 진천군은 다양한 농다리 주변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관광객들의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각종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있다. 농다리를 건너고, 호숫가를 산책하고, 하늘다리를 건너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인프라는 농다리만을 생각하고 진천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안겨주고 있다.

진천 농다리 주변 트레킹 코스
진천 농다리 주변 트레킹 코스

특히 진천군은 지난해 완료된 맑은물 푸른농촌 가꾸기 사업을 통해 농다리 생태문화공원, 다목적광장, 자전거쉼터를 조성했다. 또 내년까지 진행되는 농다리 관광명소화 조성사업을 통해서는 주차장 확장과 먹거리장터, 가로수길, 데크로드, 감성치유 산책로 등이 조성되고, 농다리전시관도 볼거리 가득한 시설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초평호 하늘다리
초평호 하늘다리

이와 함께 초평호 제2하늘다리 건설사업도 추진된다. 2023년까지 80억원을 투입하는 제2 하늘다리는 기존의 하늘다리와 달리 다리기둥이 없는 300m의 무주탑 현수교(출렁다리)로 세워져 초평호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짜릿한 스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초롱길~하늘다리~수변산책로~제2하늘다리~농다리(1시간 40분 ~2시간 소요)까지의 새로운 순환형 걷기코스도 개설될 예정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농다리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농다리 모습

장인화 진천군 문화관광과 팀장은 "진천군의 대표 관광자원인 농다리의 가치 재조명과 보전에 초점을 맞춘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역사 스토리, 테마, 체험이 어우러진 진천군만의 매력적인 관광코스를 한 단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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