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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표준전쟁 '홈네트워크'

집밖에서나 집안에서나 무선 기기 하나면 출입문 개폐는 물론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기구의 제어까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꿈의 집'이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가정내 기기제어에 불과한 홈오토메이션 수준을 넘어서 단지와 지역 사회 네트워크 등 3개 축으로 확장되는 `사이버 홈'을 구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모바일, 오피스, 홈 네트워크가 하나로 연결되는 미래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로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홈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가정내 정보가전들을 유.무선 통신기술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디오.비디오(AV) 등을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즐기며, 디지털TV를 통해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화를 통해 에어컨을 켜거나 이동형 홈패드로 단지내 상가 정보를 검색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TV나 냉장고를 제조하는 전자업체와 유.무선 통신기술을 가진 통신업체, 오디오.비디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콘텐츠 업체들이 각각 연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저마다 고유의 기술을 바탕으로 연대해 기술진영을 구성하면서 기술 표준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관련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은 올해 75억달러에서 연간 1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오는 2015년에는 26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올해 4천800만 가구에서 연간 성장률 21.1%로 2015년에는 3억2천900만 가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TV 등의 보급이 늘면서 홈네트워크에 대한 전자업체들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져 2-3년만 지나면 홈네트워크 시장은 기존 가전제품 시장을 모두 묶는 차세 대 `황금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5월31일 서울에서는 홈네트워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을 여실히 드러내는 2가지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물산, 풍림산업 등 국내 주요 건설사나 홈네트워크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홈네트워크 표준형 기술인 `홈비타(HomeVita)'기반의 `지능형 주거공간 홈네트워크 솔루션'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자체 기술표준인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를 국내 표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경동보일러, 롯데기공 등 32개 업체와 `LnCP컨소시엄'을 결성하는 창립식을 가졌다.

각 국의 주요업체들이 관련 제품 출시 및 기술 개발, 표준화 선도에 박차를 가 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간 합종 연횡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140여개 전자.통신업체가 참여하는 홈네트워크 기술 표준화 그룹인 `DLNA' 에 8개사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고, 자체 개발한 디지 털 TV 중심의 홈네트워크 솔루션 XHT가 미국 가전협회(CEA)의 표준규격으로 채택된 바 있다.

LG전자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광범위한 홈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2002년말 `LG 홈넷' 브랜드를 도입한 이래 대우일렉트로닉스, 하이웰 등 20여개 관련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LnCP 규격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홈네트워크 분야의 표준 규격에 합의한 상태로, 중국은 표준화 단체인 IGRS(Intelligent Grouping & Resource Sharing)에서 기본 프로토콜 표준 규격인 `IGRS 1.0' 버전을 도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본도 도시바, 파나소닉, 히타치, 샤프, 미쓰비시 등 주요 가전업체 111개사가 모인 표준화 단체 `에코넷 컨소시엄'이 표준규격인 에코넷을 정해 이를 세계 표준 규격으로 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상호 호환되는 제품의 생산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제품의 규격을 통일하는 표준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업체들이 상호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통해 표준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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