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이 후보,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이 후보,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실시된 역대 대선에서 1%도 안되는 최저 표 차이로 승패가 엇갈려 승자·패자 모두에게 숙제를 남겼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불과 0.73%포인트(24만7천70표) 차이로 눌렀다.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 표차는 1997년 15대 대선이다.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1천32만표(40.27%)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993만표)를 39만여 표(1.53% 포인트) 차이로 이겨 한국 정치사 최초로 진보정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국민들은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간다.하지만 이번 대선은 후유증이 좀처럼 누그러 들지 않는다.민주당의 '내로남불' 태도 때문이다.일부 강경파는 반성은커녕 이낙연 전 총리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당내 분란은 물론 국민을 실망시켰다.

급기야 이 후보가 사태 수습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10일 오전 3시30분께 여의도 당사를 찾아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여러분 패배가 아니다.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아닌 나에게 있다"며 대선 패배를 공식 선언했다.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전국에서 일상을 뒤로 하고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 밤낮 없이 땀흘린 선대위 동지와 자원 봉사자, 당원 동지, 지지자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국민 통합도 당부했다.그는 "윤석열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면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당 지도부도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당내 중진 의원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민주당 비상대책위 위원으로 내정된 조응천 의원은 13일 "탄핵으로 물러난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처절한 반성을 통한 쇄신 만이 다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이어 "작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오만과 무능 그리고 내로남불이 태도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는데도 반성하지 않았고, 쇄신은 더더욱 없었다"고 평가했다.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어느 정치 세력이든 원리주의 강경파에 끌려가면 망한다"고 진단했다.그는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 시절 강경 세력에 끌려가 장외투쟁만 하고 단식해서 연속 패배했다.민주당도 강경 세력에 이끌려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 추천,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꼽았다.정치권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안겨준 압승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분석했다.즉 '오만'과 '자만'이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민주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뼈 저린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결의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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