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다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얼마 전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비건 화장품'이라는 초록색 문구가 눈에 띄었다. '비건'을 '채식주의자'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다. ''비건'과 '화장품'의 조합이라니... 채소로 만든 화장품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건 화장품'에 대해 궁금해졌다.

먼저 '비건'은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류, 화장품 등 생활 전면에서 가능한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를 배제하려는 삶의 방식이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는 육식만 금하지만, '비건'은 유제품과 계란, 가죽 제품,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을 모두 금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이와 연관되어 '비건 화장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로부터 얻어지는 2차적인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을 말한다.

'비건 화장품'은 '천연 화장품'이나 '유기농 화장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천연 화장품'은 화학적 합성원료가 아닌 동식물 및 그 유래 원료 등을 95% 이상 함유한 화장품을 의미하고 '유기농 화장품'은 동식물성 포함한 유기농 원료를 10%이상 함유한 화장품을 말한다. 이에 비해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성분이 단 1%도 함유되지 않은 제품이다. '천연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은 동물성 원료 혹은 동물성 유래 원료를 함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화장품'과 차이가 난다.

이제까지 우리는 마스카라를 개발하기 위해 토끼 눈에 수백 번씩 화장품을 바르며 테스트하고. 상어류의 간에서 사람의 피부에 좋은 스쿠알란이라는 성분을 채취하는 등 많은 동물 실험과 학대를 해왔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동물실험 실태 보고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희생된 동물은 414만1천433마리로 이는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이다. 2017년 국내에서 동물실험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신다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신다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코로나 19 감염병 사태가 일어나면서 우리의 일상은 하루만에 뒤바꼈다. 전 세계를 누비던 여행이 멈추고,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학교도 멈췄다. 친구, 동료들과 밖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도 망설이는 세상이 됐다. 이 변화가 주는 시사점은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인간이 세상의 전부인 듯 살아왔지만 사실은 우리도 지구상의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는 인간만의 소유가 아니라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면 사소한 일상부터 변화해야 한다. 내가 매일 바르는 화장품부터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얼마 전 책 '가볍고 불량한 비거닝'에서 본 '비건' 2행시로 글을 마친다.

비 : 비슷하더라고요, 갓 낳은 새끼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

건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우리아기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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