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관계의 뒤틀림은 삶을 고단하게 만든다. 관계의 갈등은 상대방과의 감정, 욕구, 기대치의 상충에서 유발된다. 관계가 꼬여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일상이 고통스럽다. 관계에서 갈등을 촉발시키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심리적인 방어기제는 투사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심리를 투사의 방어기제라고 불렀다. 사람은 관계를 맺을 때 무의식적으로 투사의 심리를 작동시킨다. 누군가의 행동, 말투, 표정이 유독 불쾌하게 느껴지고 분노하게 된다면 자신의 심리적인 상처와 결핍이 건드려져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관계는 심리적인 투사의 산물이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기대욕구가 큰 만큼 투사도 쉽게 일어난다. 특히 투사가 반복적이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관계는 부부사이다. 심리학자들은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배우자를 통해서 심리적인 결핍을 충족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살면서 배우자에게 기대했던 유아기 때 결핍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부부관계는 실타래처럼 뒤엉켜 갈등을 겪게 된다. 어릴 적에 경험했던 부모와의 관계가 투사라는 심리적인 작동을 통해서 부부관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며칠 전 투사의 방어기제가 작동되어 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는 K 부부를 만났다. K는 부모님과 정서적으로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아서인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어려웠다고 한다.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해 눈치를 보며 생활했고, 부모님의 지적과 잔소리는 수치심으로 느껴져 민감하게 반응했고 주눅이 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K는 부모님의 지적과 잔소리가 무의식속에 마음의 상처로 남아 아내에게 투사되어 아내의 지적과 잔소리에 발끈하며 화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의 아내는 아버지와 정서적인 친밀감이 형성된 반면에 자기애가 강했던 어머니와는 정서적인 친밀감을 주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님은 어린 자신을 통제하고 조정하며 당신의 욕구를 해결했고, 어머님이 책임지고 역할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아버지 뒤에 숨거나 어린 자신에게 전가시켰다고 한다. K의 아내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 어머님의 모습이 무의식속에 마음의 상처로 남아 남편에게 투사되어 남편이 가장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떠넘길 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발끈하며 화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이 관계를 맺는 패턴은 어릴 적에 부모와 경험했던 관계 모델의 재현이다. 관계에서의 갈등은 무의식속에 쌓인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았던 경험이 건드려질 때 발생하게 된다. 최광현 교수는 "부부가 다투는 것은 둘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부는 각자 부모의 소망뿐 아니라 그 이전 세대의 정서적인 짐까지 끌고 온다. 이전 세대의 삶에 대한 두려움, 상실감, 실패의 공포, 자기회의와 우울감 등 고통스러운 미해결의 문제들이 부부를 괴롭힌다."고 말한다. 부부간의 갈등은 어릴 적에 결핍된 욕구를 배우자에게 충족 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어릴 적에 겪었던 상처를 없애려 무시하거나 회피할수록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게 된다. 상처의 회복은 상처받았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가능해진다. 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투사를 멈추는 출발점은 '내가 지금 투사를 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깨닫는 시점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투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호전되고 삶의 고통은 줄어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